29일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판부에 보석 신청을 했다.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이 자기 모기업의 주주총회를 참석하기 위해 보석청구를 한다는 것이 사실 선뜻 이해는 안 가는 상황이다. 신 회장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면세점 특혜를 받았다는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어 재판을 하는 중인데도 말이다. 그룹 총수라는 이유로 본인의 재판일정과 무관하게 주주총회에 참석이 우선이어서 보석을 청하고 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검찰 측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한국롯데가 현재 재계순위 5위의 대기업이지만 아직도 롯데그룹의 중심은 일본 롯데홀딩스이고, 이곳에서 롯데홀딩스 이사의 권한을 잃으면 신동빈 회장은 한국 경영권을 사실상 놓아 버리는 수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방향성이 달라져 버릴 수도 있고, 임직원의 고용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이 한국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에서 해임되면 롯데의 한일 간 공조관계에 금이 가게 되고, 사실상 한일 롯데가 절연되거나 롯데홀딩스가 한국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일본인 주주들이 한국롯데 경영에 개입한 적은 아직까지 없지만 이제는 그런 방어막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가진 광윤사의 대주주로서 앞서 4차례의 주총을 통해 신 회장과 표 대결을 벌였지만 모두 패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 당시 주식우선매수권 행사를 통해 한국 내 대부분 주식을 팔았다. 롯데지주 지분율은 0.15% 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서 10%남짓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 회장과 비교가 안 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4차례의 해임안 표대결에 있어서는 신 회장이 모두 승리했지만 지금은 구속 수감으로 상황이 변화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사진들에게 신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에게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으로 경영권 보장이 법 위에 있다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재판부에 이런 요청을 하는 이유는 물론 롯데그룹이 절박한 상황 속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총수라고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되지만, 또 기업의 총수라고 차별받아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구조의 특수성과 일본 주총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단순한 다른 사건과 동렬로 고려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