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삐에로쑈핑, 성공할까?…2030세대 공략이 관건

이마트의 삐에로쑈핑, 성공할까?…2030세대 공략이 관건

B급 감성으로 젊은 세대에 어필…기존 이마트 고객보다 젊어지는 타깃

기사승인 2018-06-28 05:00:00

"여러분, 삐에로 쑈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하하"

아니 뭐지, 이 억양에 담긴 80년대 감성은? 유투브에 풀린 삐에로쑈핑의 티저에서 나온 BGM을 들었을 때나, 삐에로쑈핑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을 때 든 생각이다. 예전 동대문이나 남대문에서 삐에로 복장을 입고 '골라 골라' 노래를 불렀던 아저씨들의 장사꾼 목소리 톤을 닮았다. 그렇다. 세련되지 않고 정신없으면서 재미있는, 그게 삐에로쑈핑의 감성이다. 

27일 이마트는 삐에로 쑈핑의 그랜드 오픈에 하루 앞서 스타필드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B급'을 표방한 삐에로 쑈핑 1호점의 콘셉트를 공개했다. '쇼핑'이 아니라 '쑈핑'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복고적이고 재미있는 감성을 매장에 담았다. 잔뜩 어질러져 있는 곳에서 보물찾기 놀이하듯 쇼핑하는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게 목표다.

◇ '한국형 돈키호테' 

"어 여기, 그냥 돈키호테네." 삐에로쑈핑을 둘러본 기자들의 첫말이다. 흘러나오는 정신없는 BGM, 매대 옆으로 온갖 액세서리들을 주렁주렁 늘어뜨린 인테리어와 좁은 통로, 손글씨로 쓴 가격팻말 등이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와 닮았다는 것이다.

보통 대형마트가 1만㎡(3000여평)에 5만~8만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데 비해, 삐에로쑈핑은 총 2513㎡(760평) 규모에 4만개 다양한 상품을 빈틈없이 진열해 판매한다. 그만큼 상품이 빽빽하게 진열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뿐인가. 일본과 태국, 중국 등 각 나라에서 온 외국제품부터 품목으로는 화장품부터 고가주류, 먹을거리, 캐릭터 인형들, 병행수입 백 제품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잡화점이다. 다른 거라면 한국말로 써 있는 것 정도다.

가장 놀랐던 것은 일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코스프레용 복장과 가발, 성인 란제리 제품이다. 또 파이프 담배, 흡연 액세서리 등 다양한 흡연용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니소 등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캐릭터 상품들도 많이 들어가 있다.

이마트도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다만 돈키호테보다 더 저렴하고, 돈키호테에 없는 한국 중소기업 제품들이 들어가 있다는 게 한국식 돈키호테인 '삐에로 쑈핑'의 차이점이다. 나름대로 '상생'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유진철 삐에로 쑈핑 담당 BM은 "삐에로쑈핑의 상품구성은 돈키호테와 비슷하지만 중소기업 제품이 많아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고, 일본처럼 도매상을 통한 납품보다는 제조업체로부터의 직접소싱이 많아 MD에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 마트와도 닮았다 

삐에로쑈핑은 대형마트와 비슷한 점도 있다. 처음 볼 때는 각국에서 온 전세계 식품과 뷰티 제품 등 잡화 상품들이 혼을 빼놓지만 자세히 보면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정관장 등 홍삼제품이나 라면 과자 등 식품류, 각종 공구, 가전제품, 주방용품, 미용제품, 애견용품들도 빼곡히 모아 놓았다. 아무래도 이마트에서 나온 아이디어인 만큼 이마트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던 것이다. 

그래도 삐에로쑈핑은 이마트와는 차별화를 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라면이나 과자류 등에서는 이마트의 소싱을 받은 부분이 있어 35%는 마트와 비슷하지만 이마트와 상품이 65% 다르다는 것이다. 트레이더스와 비교를 해도 트레이더스는 4000개인데 비해 돈키호테는 4만개로 상품수가 10배나 많다.  

코엑스점에서는 일부 야채와 삼각김밥 등 즉석식품도 판매한다. 그런데 이는 삐에로쑈핑의 정체성은 아니고 코엑스 인근 오피스 고객들의 니즈를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 

유진철 삐에로 쑈핑 담당 BM은 "스타필드 코엑스를 운영하는 프러퍼티 쪽 요청이 있어서 신선식품을 아주 조금 넣었다"면서도 "대형마트처럼 신선식품을 팔 생각은 전혀 없고 2호점 3호점은 안 가져갈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 2030 세대 위한 테스트베드가 주 목적 

삐에로쑈핑은 신세계 매장 중에서도 가장 젊은 타깃을 목표로 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스팟성' 제품들을 들여와 2030 젊은 세대들에게 계속해서 이목을 끌게 하겠다는 포부다. SNS에서 입소문을 끌고 있는 제품들을 소량으로라도 적극 들여오고, 고객에게 바로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이다. 

삐에로쑈핑이 기존 신세계의 유통채널보다 더 젊은 2030 층, 더 나아가 10대층에 어필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성격을 띨 것이라는 점도 짐작케 한다. 삐에로 쑈핑이 개발한 자체 캐릭터 4개는 최근 젊은이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마이클, 래퍼 지망생 젝손, 반려 고슴도치 빅토리아, 신원미상의 애로호 등이다.

이 4개의 캐릭터들이 그려진 쇼핑백에는 캐릭터들의 재미있는 표정과 함께 ‘약속 있을 시 방문주의, 구경하다 늦을 수 있음’, ‘목적 없이 방문주의, 예쁘고 귀여운 애정템 많이 살 수 있음’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최근 문구류에 재미있는 멘트를 써 넣는 걸 좋아하는 10대, 20대의 감성을 반영한 것이다. 

삐에로쑈핑의 첫 출항지를 스타필드 코엑스로 잡은 것은 젊은 층의 테스트베드로 삼기 좋은 곳이라는 점에서다. 스타필드 코엑스는 20대와 30대가 주로 찾아 젊은 감성에 어필하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2호점과 3호점도 젊은층이 주로 찾는 두타와 논현 일렉트로마트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주렁주렁' 달린 비주얼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2030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코엑스에서 처음 오픈했다"며 "젊은 층이 좋아하는 잡화들로 어필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 카테고리 확장의 현명한 선택? 

이마트는 삐에로쑈핑 오픈 배경에 대해 오프라인 채널이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가는 상황에서 삐에로쑈핑과 같은 재미를 강조한 샵을 만든 것은 유통업체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마트는 온라인으로 향하는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금까지 고객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마트는 영업시간 단축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에 그치고 영업익은 8.4% 감소하는 등 내부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마트는 이 '위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SSG푸드마켓 등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마켓부터 대용량 제품을 들여놓은 창고형 할인점과 대규모 복합쇼핑몰, 노브랜드 전문점과 삐에로쑈핑 잡화점까지 다양한 업태에서 타깃층과 규모를 다양화하고 있다. 각 세대마다의 전문점으로 고객층을 세분화하는 전략이다.

특히 이마트는 골목상권과 정부 규제에 발목잡혀 출점이 복잡한 대형 마켓보다는 중소규모 매장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잡화점인 다이소 등이 일부 골목상권 근처 매장 외에는 아직 유통업법 등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점도 메리트다. 

삐에로쑈핑은 우선 다이소 등 잡화 전문점과 1차적인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진철 삐에로 쑈핑 담당 BM은 "다이소 등 잡화점과 일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겹치는 부분은 50%고, 나머지는 차별화된 상품구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유통기업인 이마트가 중소기업이 주로 운영해온 잡화점에 뛰어드는 것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다이소 등은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대형 유통기업이 잡화점까지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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