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수 vs 수려한 로고 디자인 논란…"비슷해도 너무 비슷해"

설화수 vs 수려한 로고 디자인 논란…"비슷해도 너무 비슷해"

빼어날 수 쓴 로고로 비슷해져…베끼기 의미하는 '미투' 논란까지

기사승인 2018-07-11 05:00:00


화장품업계의 양대산맥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이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기싸움 중이다. '한방'을 내세운 대표 브랜드 이미지가 겹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베끼기'를 의미하는 '미투'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대리점주들은 한글 로고였던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이 2016년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빼어날 수(秀)' 한자를 전면에 배치함에 따라 설화수가 사용해온 로고와 비슷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빼어날 수'를 넣은 것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려한이 한글을 사용했던 기존 로고를 한자 '빼어날 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설화수와 비슷해진 모습"이라며 "예전부터 기존 브랜드 이미지도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로서는 분간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에서는 한방 화장품의 이미지가 겹치고 매화 등 꽃 무늬를 사용하는 양사의 브랜드가 평소에도 유사한 면이 많았는데 로고까지 비슷해지면서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은은한 노란색을 사용하는 양사의 색깔도 비슷해 자칫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화'를 모티브로 한 브랜드 콘셉트도 겹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설화수는 한자로 눈 설, 꽃 화, 빼어날 수를 써서 브랜드 초창기부터 '눈 속에서 피어나는 매화'를 모티브로 했다. 올 5월 모델 송혜교가 찍은 '설린크림' 광고에는 송혜교와 함께 피어나는 매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수려한에서도 지난 5월에 나온 '수려한 진생에센스 핑크 에디션' 광고에서 모델 한효주를 배경으로 매화나무를 배치하고 매화가 날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생에센스 광고 설명 또한 '눈부시게 빛나는 매화처럼 피어나는 어린 생기'라는 내용을 넣어 매화를 모티브로 했음을 알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화를 모티브로 한 것도 '베끼기'의 일종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인삼'과 '한방'을 모티브로 한 이들 브랜드 이미지도 겹친다. 설화수는 오랫동안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한방 화장품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설화수는 1960년대 출시한 ABC인삼크림으로부터 명맥을 이은 한방 원료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한방 화장품을 계승·발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려한도 2003년부터 나온 LG생활건강의 한방 브랜드로 인삼을 바이오 공법으로 가공한 점을 내세우고 있어 '한방'과 '인삼'이라는 큰 줄기가 같은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대리점주들은 매화나무는 물론 '한방'과 '인삼'이라는 콘셉트마저 비슷한 수려한이 설화수의 로고까지 비슷하게 닮은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설화수는 매화의 모티브를 딴 한방 화장품으로 아모레퍼시픽의 고유 콘셉트이지만 최근에는 여타 브랜드에서도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를 참고해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스토리 구축에 막대한 공을 들이는 아모레퍼시픽으로서는 후발 업체들의 이 같은 '따라하기'에 대한 불만이 이미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두 브랜드는 가격과 유통채널이 다른 제품이기는 하다. 설화수는 실제로 백화점과 면세점에 납품되는 아모레퍼시픽 라인 중 최상위 모델이며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와 함께 '빅5' 브랜드로 꼽힌다. 

설화수와는 달리 수려한은 주로 대형마트 등에서 유통되는 실속 라인이다. LG생활건강에서 설화수에 가까운 위상을 차지하는 브랜드는 '더 히스토리 오브 후'를 내세우고 있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경우 한방 화장품이지만 왕후가 쓰는 화장품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며 경복궁과 창경궁 등의 모습을 주로 사용해 설화수와는 차이를 뒀다.

설화수의 대표 제품은 인삼 결정체를 넣은 '자음 생크림', 인삼 캡슐 타입 에센스 '자여진에센스' 등이다. 수려한도 대표 브랜드는 인삼을 넣은 '진생 에센스'이며 이외에 '효비담 수분생크림' 등이 있다. 

가격은 같은 용량의 에센스로 비교했을 때 설화수 자여진에센스(50ml)가 18만원대, 수려한 진생 에센스(50ml)이 8만5000원대로 가격 차이가 꽤 나는 편이다. 크림으로 비교해 보면 자음생크림 세트가 25만원대, 효비담 발효 크림은 9만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근본적으로는 백화점에 납품되는 대표 모델인 설화수와 대형마트에 유통되는 수려한이 브랜드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비슷한 브랜드로 받아들여질 것이 우려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후발주자인 LG생활건강이 업계 1위로 부상하는 데 대한 경쟁의식도 커진 듯하다"고 귀띔했다.

LG생활건강은 백화점과 면세점이 주 채널인 설화수와는 전혀 다른 타깃으로 비교 대상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설화수보다는 아모레퍼시픽이 대형마트에 유통하는 한방브랜드인 '한율' 라인과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이 같아 오히려 유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율의 경우에는 젊은층을 겨냥한 '순수 라인' 등을 선보이며 과거 비슷했던 수려한과는 이미지가 많이 달라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형마트를 주 유통 채널로 하고 있다. 한율의 한방 라인인 '극진' 라인의 경우 설화수처럼 한방 브랜드를 강조한 브랜드로 볼 수 있다. 다만 극진 라인도 대표제품인 극진 에센스(50ml)가 17만원 등으로 가격적으로는 고가 브랜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수려한의 브랜드 리뉴얼은 당시 아래한글의 수려한 로고가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가독성이 떨어져 세 글자 중 디자인, 가독성, 의미 면에서 브랜드와 가장 적합한 '수' 자를 대표 한자로 선정해 브랜드 로고로 삼았으며 우연의 일치일 뿐 설화수를 베끼려고 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려한은 정통 한방 화장품을 표방하는 브랜드로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꽃 매화를 브랜드 상징으로 해 2009년부터 케이스 및 용기에 담아 왔고, 브랜드의 진생 에센스에는 매화무늬를 2016년 스페셜 에디션부터 담아 왔다"며 "매화는 국내는 물론 중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꽃으로 여러 브랜드에서 매화를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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