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맛집에 가지 않아도 맛집 음식을 가정간편식(HMR)로 만나보도록 유통업계가 팔을 걷고 있다.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에서 유명 맛집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문을 넓히는 추세다. 이들 유명 맛집 음식들은 이미 맛에서 검증된 데다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아 매출 신장률도 높은 편이어서 유통업계도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정간편식 시장은 연평균 14% 성장하며 2015년 1조7000억원이었던 규모가 지난해 기준 3조원을 넘어섰다. 이렇게 성장률이 높은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검증된 메뉴를 들여오려는 시도에 더해 차별화된 브랜드를 선보이기 위해 맛집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선두주자인 이마트 피코크의 경우 2013년부터 종로 '순희네빈대떡', 홍대 '초마짬뽕' 등 맛집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미쉐린 1스타의 삼청동 큰기와집과 협업한 '피코크 큰기와집 간장게장'과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등장했던 서대문 한옥집과 연계한 '피코크 한옥집 김치찜'은 올해 상반기 각각 15.8%, 18.4%의 두자릿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큰기와집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1kg에 4만6800원의 다소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홍대 유명 식당인 초마짬뽕도 피코크 초마짬뽕으로 기존 식당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피코크 전체 상품 중에서도 히트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22.3% 신장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피코크는 미쉐린 더플레이트에 선정된 삼원가든과 협업해 홍탕/백탕 갈비탕 2종을 출시하며 레시피를 전수받아 본가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체 브랜드인 '요리하다'에서 인천 차이나타운의 맛집 '만다복'과 협업해 만든 대표 메뉴인 '백년짜장'과 '하얀 백년짜장' 2종을 선보이고 있다. 또 중식경력 50년 '상해루' 곡금초 대가의 탕수육 비법을 그대로 가져와 5가지 곡물 배합의 반죽 비법을 전수받아 만든 '곡금초대가 탕수육'도 인기 메뉴중 하나다.
또 롯데마트는 일본식 생라멘 전문점 '히노아지'의 노하우를 담은 '돈코츠라멘', '돈코츠 카라 미소라멘', '쇼유라멘'도 잘 나가고 있다. 진하게 우려낸 시원하고 깊은 맛의 육수와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이 일품인 돈코츠라멘과 일본식 된장으로 맛을 낸 감칠맛을 낸 국물에 매운 맛을 더한 미소라멘 등이 소비자의 입맛을 끌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백화점업계에서는 최초로 가정간편식의 일종인 밀키트 '셰프박스'를 론칭했다. 강남 유명 레스토랑 '그랑씨엘'을 14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송희 셰프와 협업해 개발한 이 밀키트는 론칭 두 달만에 삼성동 무역센터점 매장에서만 4000개가 팔리며 오픈 첫달 목표를 25% 이상 초과 달성했다.
이 밀키트는 현대백화점의 식재료와 이송희 셰프의 레시피로 탄생했다. 전통식품 브랜드 명인명촌에서 판매하는 매실액과 차돌박이로 '차돌박이 겉절이'를 만들거나 부산 기장 다시마를 활용해 이송희 셰프의 레시피로 '양념장어덮밥'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통상적으로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가정간편식보다 3배 이상 판매율을 자랑하고 있다.
홈쇼핑에서도 가정간편식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8월부터 미쉐린 가이드에서 2스타를 받은 한식 레스토랑 '곳간'의 떡갈비, 곰탕, 김치 등 인기 메뉴를 단독 론칭했다. 산지 제철 식재료로 한국 전통의 맛을 구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식당은 론칭 이후 관련 상품이 9만세트 이상 판매됐고, 주문금액만 45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미쉐린 가이드 더플레이트로 선정된 '아리랑'의 인기메뉴 소불고기를 5만원대의 가격에 론칭해 첫 방송에서만 5000세트, 주문금액 2억7000만원을 달성했으며 누적 주문금액만 2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또 가족과 함께 찾기 좋은 한식집 '강강술래'의 갈비살, 갈비탕, 꽃갈비 등을 판매 중이며 2017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주문금액 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또 롯데홈쇼핑은 서대문의 '한옥집 김치찜', 김치찌개 세트와 유명 셰프들을 배출해 낸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의 '심플리웨스트코스트 홍연어세트'를 선보여 1회 방송에서만 4000개 가량 판매되며 인기를 모았다.
GS홈쇼핑은 홍대 떡볶이집으로 유명한 미미네의 '국물떡볶이',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쿠치나의 '수프', 부산 명물 '고래사 어묵'과 '삼진어묵', 속초 명물 '만석 닭강정' 등의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서울 3대 베이커리인 '나폴레옹 과자점', 백종원 삼대천왕에 나왔던 '이가네 떡볶이' 등 프리미엄 먹을거리들을 판매 중이다.
GS홈쇼핑은 돈까스 체인점인 사보텐과 손을 잡고 내놓은 '사보텐 정통 일식 돈카츠'의 경우 방송 전 미리주문으로 1000세트가 판매돼 방송 중 수량을 추가해 4500세트를 방송 종료 20분을 앞두고 완판되기도 했다. 고기전문점인 강강술래의 '본식 LA갈비'는 LA갈비를 엄선해 배, 파인애플, 레몬, 표고버섯 등으로 맛을 내는 비법 양념장에 재워 판매했다.
NS홈쇼핑은 경기도 용인의 메밀면 맛집 '메밀꽃 필 무렵'의 냉메밀면과 비빔메밀면을 상품화해 내놓고 방송 4번만에 15만팩(15만인분)을 팔아치웠다. 하루 200~300그릇을 판매하는 맛집의 일반매장에서 파는 것과 비교하면 1시간만에 125배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NS홈쇼핑 관계자는 "맛집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과정이다. 셰프의 레시피 공유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재료수급 등에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말하면서 "한 번 내놓으면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