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지털 강조하는 국민은행, 현실은 ‘두 발로 오세요'

[기자수첩]디지털 강조하는 국민은행, 현실은 ‘두 발로 오세요'

기사승인 2018-07-14 02:00:00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출현으로 국내 기존 은행들은 디지털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단 인터넷전문은행 뿐만 아니라 IT업체의 금융시장 진출은 은행이라는 업종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

국내 업계 1위의 KB국민은행도 이러한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은행장은 7월 정기 조회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하고, “디지털 금융대전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디지털화 현실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시대에 아직도 ‘두 발’로 뛰어다니는 아날로그 수존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고객 편의를 장점으로 내세워 핀테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국민은행의 핀테크는 고객이 빠진 그들만의 보여주기식 핀테크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뱅킹을 이용하는 고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겪게 되는 상황이 있다. 비밀번호를 잘 못 입력하는 경우다. 고객은 분명 정확하게 입력했다고 하지만 잘 못된 비밀번호를 계속해서 입력하면 스마트뱅킹 사용이 정지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스마트뱅킹이 정지된 고객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는 것이다. 은행원과 얼굴을 맞대고 본인확인 과정을 거쳐 비밀번호를 재설정하고 정지된 스마트뱅킹을 다시 활성화 하는 방법이다. 국민은행도 고객들에게 스마트뱅킹이 정지됐을 경우 영업점 방문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영업점이 없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고객들은 어떻게 정지된 스마트뱅킹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이 제기된다. 비밀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본인확인 서비스’에 있다. 용어가 어렵지만 쉽게 풀이하면 화상통화로 얼굴확인하고 신분증 사진으로 본인확인을 거치는 서비스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러한 비대면 본인확인 서비스를 보급한 이후 국민은행도 5~6개월 전부터 ‘비밀번호 입력 오류’ 고객을 대상으로 비대면 본인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시스템만 구축했을 뿐 고객에게 여전히 영업점 방문을 안내하고, 은행 직원들도 이러한 시스템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국민은행 내부적으로 디지털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고객은 이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만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문제가 국민은행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다른 은행들 역시 디지털화에 따른 핀테크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기술발전의 혜택을 고객에게 돌리지 못 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핀테크의 본질은 고객 편의에 있다. IT기업이 은행을 위협하고 나선 원인도 고객 편의에 있다. 디지털화와 핀테크를 활용해 고객 편의 향상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은행은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다. 디지털화와 고객 편의 간의 관계에 대해 은행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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