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지난해 11월 열린 K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와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이재성을 향해 “다른 팀 안 갈 거지?”란 우스갯소리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고친 최 감독은 “이재성은 지난해 유럽 진출 기회가 있었는데 최종 조율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선수와 팀 간 맞아 떨어지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재성은 본인의 연봉을 절반으로 줄이는 아픔을 감수하고 유럽진출을 타진했다.
25일 전북 구단 등 축구계에 따르면 이재성은 독일 2부 리그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다. 계약기간 3년, 이적료 150만 유로(약 20억원)다.
당시 최 감독은 이재성이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봤다. 최 감독은 “이재성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전북에 와서 크게 펼쳤다. 본인이 굉장히 노력한 것도 있지만 지능이나 센스에서 타고난 면이 있다. 본인이 매 경기 극한 상황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의 ‘이재성 선수’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홀슈타인 킬은 독일 북부도시 킬에 연고를 둔 팀이다. 1900년 창단해 1912년엔 분데스리가에서 우승컵을 든 적도 있다. 2016-2017시즌 3부 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며 2부 리그 승격에 성공한 홀슈타인 킬은 지난 시즌 2부 리그 3위를 차지하며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지만 볼프스부르크에 패하며 아쉽게 1부 리그 입성엔 실패했다. 구단은 이번 시즌 이재성 등 전력 보강을 통해 차시즌 승격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성이 팀에서 떠나면 최 감독 입장에서는 적잖은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올해는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2관왕에 도전하는 터라 핵심 미드필더의 공백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 감독은 선수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최 감독은 당시 “저는 분명히 이재성의 미래를 만들어주고 싶다. 잘 의논해서 좋은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이재성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큰 팀이나 큰 무대로 나아가면 지금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운을 뗀 그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력과 인성을 다 갖추고 있다.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재성은 홀슈타인 킬 외에도 미트윌란(덴마크), 풀럼(잉글랜드)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나 구단, 감독 등 면담을 통해 가장 비전이 있는 팀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에서 받던 연봉의 절반 수준에 합의할 정도로 이재성의 유럽 의지는 확고하다. 최 감독 입장에서 애제자를 놓아주는 게 못내 아쉽겠지만 이재성의 성장을 응원하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최 감독의 지지를 받은 이재성의 당찬 도전은 이번 시즌 비로소 시작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