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뮤 레전드’ 스팀 진출, ‘블레스’와 달라야

[게임 로그인] ‘뮤 레전드’ 스팀 진출, ‘블레스’와 달라야

기사승인 2018-07-27 06:25:09

웹젠의 대표 PC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뮤 레전드’가 ‘스팀’을 타고 해외로 나선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기대감과 최근 ‘블레스’의 선례가 남긴 우려가 엇갈린다. 

뮤 레전드는 다음달 7일 스팀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를 지원하는 정식 버전으로 출시된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북미, 유럽 등 서구 빅마켓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웹젠은 지난해 3월 국내에 뮤 레전드를 선보였다. 2001년 출시돼 웹젠의 대표 IP(지식재산권)로 자리 잡은 ‘뮤 온라인’의 정식 후속작이다. 날개 등 화려한 외형의 캐릭터와 다수의 몬스터를 한꺼번에 사냥하는 ‘핵 앤 슬래시’ 전투, 다양한 인스턴스 던전 공략과 아이템 파밍(획득) 등이 주된 재미 요소다.

웹젠은 이번 뮤 레전드 스팀 출시를 예정된 글로벌 진출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일본 시장에 별도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를 선보인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다만 서구권은 상대적으로 MMORPG 장르가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웹젠을 비롯한 다수 국내 게임사들의 주력 장르인 MMORPG 타이틀이 서구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도전인 셈이다.

먼저 서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대표적인 국산 MMORPG로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네오위즈의 ‘블레스’ 등이 있다. 엔씨소프트도 일찌감치 ‘길드워’ 시리즈로 인지도를 쌓았지만 북미 자회사 아레나넷 개발진이 만들어낸 현지 특화 타이틀이라는 차이가 있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서비스 된 검은사막은 북미‧유럽을 비롯한 104여국에서 누적 가입자 350만을 돌파하고 최고 동시접속자 12만, 누적 매출 2000억원 등 성과를 달성했다. 게임 콘텐츠 규모와 그래픽, 디자인 등에서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MMORPG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자부심이 무색하게 서구권에서 인정받는 국산 MMORPG는 이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한 ‘리니지’를 비롯, 수 없이 많은 MMORPG가 등장했지만 대부분 글로벌 사업 역량 부족, 네트워크 환경 격차, 취향 차이 등의 벽에 막혀 서구권까지 건너가지 못했다.

그마나 최근에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네오위즈가 2016년 국내에 선보였던 블레스를 현지화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출시했지만 씁쓸한 결과를 남겼다.

지난 5월 패키지별 약 40~150달러에 판매를 시작한 블레스는 완성되지 않은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스팀 최다 판매 게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고 네오위즈 주가가 들썩이는 효과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블레스는 불안정한 서버, 게임 설명과 차이가 있는 실제 콘텐츠, 미흡한 번역 수준 등 문제로 혹평을 받았고 곧 대규모 환불 사태까지 겪었다. 이미 2년 전 한국에서 흥행하지 못한 게임을 불완전한 상태로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블레스는 초기 판매량을 통해 서구 시장에 충분한 MMORPG 수요가 있음을 증명했다. 2004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14년 ‘엘더스크롤 온라인’ 등을 잇는 수작이 없어 현지 MMORPG 팬들의 갈증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뮤 레전드는 블레스와 달리 완성된 정식 버전으로 출시된다. 올해 국내에 선보인 대규모 업데이트 ‘노리아의 전운’까지 적용했다. 또 무료 다운로드 게임 내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유료화인 만큼 ‘미완성 게임을 비싸게 판다’는 지적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레스와 출발선이 다르고 수요도 기대되지만 뮤 레전드 역시 낙관은 어렵다. 뒤떨어지는 그래픽, 반복적 던전 공략 외 부족한 콘텐츠, 아이템 제작 시스템의 낮은 효용, 과금에 따른 이용자 불균형인 이른바 ‘페이 투 윈(Pay to win)’ 문제 등으로 국내 흥행에는 실패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즉 뮤 레전드도 게임성을 인정받지 못한 약점을 그대로 안은 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PC방 점유율 순위(25일 게임트릭스 기준)를 봐도 블레스는 100위권 밖에, 뮤 레전드는 90위권에 겨우 걸쳐있는 수준이다. 2014년작으로 더 오래된 검은사막은 21위다.

웹젠에 따르면 뮤 레전드 스팀 버전의 콘텐츠와 과금 체계는 국내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 내 동선을 세부적으로 다듬었고 현지 정서에 맞게 유료 아이템 가격을 일부 조정했지만 ‘획기적 차이’는 없다는 설명이다. 웹젠 관계자는 뮤 레전드의 스팀 출시가 서비스 국가 확대와 서구 시장에서의 MMORPG 가능성을 가늠하는 실험적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웹젠으로서는 뮤 레전드 외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선택지가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국산 MMORPG에 실망한 해외 게이머들에게 또 다시 쓴맛을 보게 한다면 한국 게임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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