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브랜드 판매 전략이 최근 들어 변모하는 모양새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 제품을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브랜드가 주력이 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경우 중국인들에게 널리 팔리는 '후', '숨'이 주도하고 있고 중저가 비중은 매우 낮다. 비중이 높은 중국 화장품 매출에서 후와 같은 럭셔리 제품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75%가 후이고 25% 정도가 숨이다.
후는 올 2분기 단일 브랜드로만 매출 997억원을 달성하며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숨도 매출 200억원의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최근에는 오휘의 고가라인 '더 퍼스트'까지 가세했다.
후가 이끄는 럭셔리 브랜드의 '쏠림 현상'은 LG생활건강의 실적을 높여주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2분기에는 럭셔리 화장품이 중국에서 87% 성장을 거뒀다.
럭셔리 화장품의 선전이 눈에 띄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마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비싼 가격만큼 마진율이 높다. 럭셔리 화장품의 경우는 구매력 있는 고객들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고객층이 변동되지 않고, 고객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다만 과도한 중국 의존도는 고민할 만한 부분이다.
대신 LG생활건강은 상대적으로 중저가 화장품의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대에 어필하는 더페이스샵, 4050세대에 소구하는 이자녹스나 라끄베르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브랜드라기에는 비중이 작은 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과는 정반대다. 럭셔리 매출보다는 중저가 브랜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1분기 기준 설화수와 헤라 등 럭셔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2분기 들어서 설화수가 중국에서 30%이상 성장하는 등 최근 지표로는 나아지는 추세다.
사실 아모레퍼시픽에서 최근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는 마몽드와 라네즈 등이 입점한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이다. 주로 중저가 트렌디 브랜드로 20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2분기 실적을 보면 라네즈, 마몽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거느린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이 44%, 이니스프리가 21% 증가한 영업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중저가 색조 신규 브랜드들이 한국과 중국 화장품 시장에 속속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내수에서도 신규 브랜드들의 저가 정책과 저자극 성분 경쟁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에뛰드하우스의 경우 국내 매장 정리와 시장 경쟁 심화로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럭셔리 브랜드의 낮은 비중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의 대량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실적은 좋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상품 구매횟수 제한, 정해진 업체에만 판매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요지다.
2분기 들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관광객 발길이 줄어들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부진한 내수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수출을 키우고 있다. 이에 중국 현지 사업은 15%내외 성장했고 동남아가 20%대 성장, 미주 사업이 30%대 성장하는 등 착실히 늘어나고 있다.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 매출은 4767억원, 영업익은 454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을 견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이니스프리 성장성을 지키는 것과 함께 에뛰드, 라네즈 마몽드 등 주력 브랜드의 성장가도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외에 아모레에서 브랜드 가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설화수와 헤라, 아이오페 등 럭셔리 브랜드도 LG생활건강의 후에 대항해 어떻게 키워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