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면세점 도입 검토를 요청하면서 이르면 내년 안에 실행되는 등 입국장면세점 설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공항공사와 실제 고객들은 반기고 있지만 정작 항공업계와 면세업계는 갑작스러운 입국장면세점 도입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실현될지가 관건이다.
지난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입국장 혼잡 등 부작용 대응 방안까지 포함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 면세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국장 면세점은 전세계 71개국 135개 공항에서 실시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미 도입됐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설치 요구에도 부처와 업계 반발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 관련 법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어 검토를 해 왔다"며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혁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헀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미 여객터미널 1층 수화물수취대 등 3곳(706㎡)에 입국장 면세점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입국장 면세점이 들어서면 수익이 더 늘게 되어 찬성하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고가 사치품이 아닌 저가 실생활 상품 중 여행객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한 품목을 판매할 계획이다.
실제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들도 입국장 면세점을 반기고 있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가 2002∼2017년 공항 이용객 2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여행객 편의 증대를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찬성한 바 있다.
항공업계와 면세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면세점에 입국장면세점이 추가되면 기존의 시내면세점, 출국장면세점, 기내면세점과 '나눠먹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내면세점을 운영하는 항공업계는 면세품 판매액이 바로 급감할 수밖에 없어 부정적인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기내면세점에서 대한항공은 1900억원, 아시아나는 9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타 항공사 매출까지 포함하면 3360억원에 이른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최근 불거진 특혜 사건으로 인해 목소리를 크게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입국장면세점과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 면세업계는 입국장면세점이 생기면 일부 타격을 입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또 면세품 인도장 면세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일부 타격을 예상하는데 현재 입국장 면세점 규모로 봤을 때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진정 고객 편의를 위해서라면 출국장 면세점보다 인도장을 늘리고 금액 한도를 늘리는 것이 더 시급한 방안이 아닐까 한다"고 귀띔했다.
면세업계는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면세품 인도장을 늘리고 단순 나눠먹기가 되지 않도록 면세품 구매 한도를 지금보다 높이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면세품 구매 한도는 1인당 600달러다. 그 이상을 구매하려면 세금을 내야 한다. 일본은 1800달러, 중국은 1165달러인데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중견·중소 면세점들에게는 새롭게 생기는 입국장 면세점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중견·중소 면세점들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기 때문이다. 중소중견면세점에게 우선 입점권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도 출국장 면세점에 입점한 중견·중소 면세점들이 높은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어 임대료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를 가져다줄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만큼 정책 수행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