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retro) 무드에 빠졌다. 작년부터 시작돼 여름에도 이어진 이 열기가 가을 겨울 시즌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레트로란 보색을 대비한 컬러, 빅 사이즈 로고, 화려한 프린트, 오버사이즈 핏, 코듀로이(골덴) 재킷, 부츠컷 팬츠 등 1980년대와 1990년대 유행이었던 복고풍 아이템을 일컫는다. 올 여름 진행된 서울 패션위크에서도 핫 키워드로 레트로가 꼽힌 바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6월초 올 여름 패션 테마를 빅 로고로 정하고 리바이스와 게스, 나이키 등의 브랜드와 손잡고 빅로고 티셔츠와 레트로 패션 아이템을 선보인 바 있다.
스포츠 패션업계에서는 슈즈 부문에서 이 레트로 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뛰어오르는 푸마를 형상화한 로고로도 잘 알려져 있는 푸마는 이 대열의 선두주자다. 푸마는 1980년대 모델을 재탄생시킨 'RS-0'시리즈를 새로 내놓았다. 이중 'RS-0 PLAY'는 1980년대 비디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으로 레드, 옐로우, 블루 등 원색의 컬러를 미드솔과 아웃솔에 적용했다.
리복에서도 강렬한 색상의 보색 컬러 대비를 내세운 '아즈트렉 OG'를 선보이기도 했다. 화이트 바탕에 블루와 그린 컬러를 보색과 매치해 레트로다움을 살렸다. 최근에 나온 'DMX 1200'은 1990년대 리복의 런닝화 'DMX 10'을 계승한 것으로 레트로 무드에 세련됨을 더했다.
휠라도 복고풍 스니커즈의 레트로 열풍에 1994년 출시한 '베놈'의 복각 버전인 '베놈 94'를 선보였다. 밝고 강렬한 컬러감과 가죽 패널, 스웨이드 소재를 매치했다. 아디다스도 1990년대의 클래식 러닝화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스니커즈 '팔콘'을 내놓았다. 과장된 디자인을 가진 팔콘은 90년대 향수가 느껴지는 컬러 조합에 편안한 착용감을 배가했다.
프로스펙스도 1998년도에 인기를 끌었던 신발 '헬리우스B1'을 20년만에 업그레이드 출시했다. 발에 땀과 열기를 신속하게 잡아주는 기능성 소재를 외피로 사용했다. 밀레는 '힙색'이나 '투웨이백' 으로 불리던 가방을 재현한 '밀레 클래식 1921 투웨이백'을 재출시하고 레드, 블루 등 강렬한 색감과 함께 빅로고 자수 포인트를 넣어 레트로 감성을 살렸다.
신세계인터내셔널도 자사 브랜드인 크리스찬 루부탱에서 1990년대 농구화를 닮은 디자인인 '오렐리옹' 남성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일상복부터 스트리트 패션까지 다양한 스타일에 매치하기 좋은 제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통 패션업계가 이어받고 있으며 이번 가을 시즌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대표 브랜드 타임(TIME)에서 시그니처 라인인 'TIME 1993'을 선보였다. 1993년 론칭 시즌에 선보인 화보를 별도의 작업 없이 그대로 사용해 브랜드 론칭 초기의 분위기와 정신을 계승했다. 한섬의 또 다른 브랜드 마인(MINE)도 론칭 30주년을 맞아 주력 아이템을 재구성한 '아카이브'라인을 선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최근 남성복 부문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레트로 무드를 이어 체크무늬를 강조했다. 빅·마이크로 체크, 하운드투스 체크, 글렌 체크 등 다양한 패턴의 재킷, 팬츠, 코트, 이너의 상품을 출시했다. 또 '아재룩'이라고 불렸던 골덴, 즉 코듀로이 소재를 활용해 이번 시즌 아우터는 물론 재킷, 슈트, 이너로 출시했다.
패션기업 세정의 여성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은 가을 시즌에 레트로 무드 트렌드인 체크 패턴을 트렌드에 맞게 전 복종에 걸쳐 적용했다. 트렌치코트, 재킷 등의 아우터 복종에서는 모노톤에 핀 컬러를 넣어 포인트를 줬으며, 블라우스나 원피스 등의 이너 복종에서는 여러가지 컬러가 혼합된 체크 패턴을 사용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인기 있던 모델을 재해석해 내놓거나 체크, 코듀로이 소재 등을 채택하는 등 지난해와 올해를 강타한 복고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헀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