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언급했습니다. 재단 해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약 99억원)을 어떻게 할지는 ‘숙제’로 남았습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을 토대로 이듬해 7월 설립됐습니다. 여성가족부(여가부) 소관의 재단법인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미 해결된 문제들’이란 일본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위안부 합의의 지속적 이행을 강조한 것이죠.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지혜롭게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암시한 것이죠.
시민단체는 즉각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늦었지만 당연한 처사’라고 환영했습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지난 26일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피해자 중심주의에도, 할머니들의 뜻에도 어긋나는 화해치유재단은 이미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재단의 민간 이사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재단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이번 해에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로만 2억1900만원을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다만 재단 해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재단을 해체하면 일본 측에서 ‘합의 파기’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 정부의 국제적 외교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일본의 출연금 10억엔도 걸림돌입니다. 사실상 ‘위안부 합의 파기’를 의미하는 10억엔 반환을 일본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일각에서는 “국내 여론을 수렴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의미 있는 사업에 쓰는 방안을 일본과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애초부터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화해치유재단 설립은 이미 엎질러진 물. 우리나라의 외교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도 만족할만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위안부 문제를 ‘지혜롭게’ 매듭 지을 묘수(妙手)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