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매년 직원 수는 줄이는 반면 임직원 급여는 큰 폭으로 올리며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19개 국내은행의 임직원 수는 총 11만360명으로, 1년 새 1,000명 넘게 줄었다. 2016년 상반기(11만4191명)와 비교하면 4000명 가까운 인원이 은행을 떠났다.
전체 은행 직원수의 절반(52.2%)을 차지하는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의 감소세는 더 심했다. 상반기 이들 은행의 임직원 수는 5만7633명으로, 1년 새 1706명이나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거래 중 인터넷ㆍ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웃도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발맞춰 하반기 채용 인원은 크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은 직원들은 연봉이 고액으로 올랐다.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직원 1명당 평균 급여는 472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00만원)보다 7.2%(320만원)나 올랐다. 각 은행의 평균 급여를 단순 합한 뒤 은행 수로 나눈 금액으로, 이는 2013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상반기 시중은행 평균 급여는 같은 기간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4300만원)나 현대차(3700만원)보다 많은 셈이다. 하반기에도 같은 추세라고 가정하면 올해 은행 평균 연봉은 9500만원에 육박한다. 내년에는 은행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되는 것이다.
급여뿐 아니라 복리후생비도 넉넉하게 썼다. 상반기 국내 은행의 복리후생비는 총 6577억원으로 전년동기(5816억원)보다 761억원이나 늘었다.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예금금리는 그보다 천천히 올리는 예대금리차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은행들이 임금ㆍ복리후생비 ‘잔치’를 벌인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상반기 국내 은행들이 거둔 순이익은 8조4000억원이나 됐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이 상반기 ‘이자장사’로 거둔 이익은 10조7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나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 기준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이 10조원을 웃돈 것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성일종 의원은 “국내은행들이 예대마진 장사에 몰두해 연간 수조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은 소홀한 편”이라며 “예금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신규 인력 채용에는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