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지급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28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페이스북은 향후 2년 동안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망 사용료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페이스북은 KT에 매년 100억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6년 통신 정책이 변경되면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망 사용료 갈등을 겪었다. 이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까지 발생, 지난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는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글로벌 IT 기업의 망 사용료 논란이 계속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KT 외에 다른 통신사와도 해당 계약을 맺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은 LG유플러스와도 망 사용료 계약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역시 지난해 7월 계약 기간이 종료돼 페이스북과 재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그동안 외국계 IT 기업은 망사용료를 전혀 내지 않거나 국내 콘텐츠 기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지급해왔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700억원, 200억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냈다고 확인됐다. 아프리카TV 역시 연간 150억원 정도의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국내 IT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이유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글로벌 IT 기업에 망 사용료 지불을 강요할 수 없었다. 관련 법이 미비하고, 이용자 서비스 차원에서 해당 플랫폼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접속 지연 및 화질 저하를 겪는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해외 망 회선 용량을 2배로 증설했다. 넷플릭스 이용을 위해 증설했지만, SK브로드밴드가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따라서 이번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협상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국내 이용자만 18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다. 그만큼 국내외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 이는 페이스북을 기준으로 구글, 넷플릭스 등도 망 사용료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이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만큼 정부 및 국회에서도 이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해외 IT 기업 수익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변화가 예고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 협상을 체결한 시점에서 구글, 넷플릭스 등이 신경 안 쓸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국내 통신사들도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IT 기업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