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71·구속) 전 대법원장이 검찰을 들락날락 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구속되고 불과 3일 사이에 검찰을 두 번이나 오갔다. 하지만 조사를 받는 족족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간 진짜 싸움은 곧 있을 재판부터라는 얘기마저 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복역 중인 양 전 대법원장을 불러다가 혐의에 관한 진술을 끄집어 내려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혐의는 40여개에 달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 24일 새벽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한 뒤 이튿날 처음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주말은 구치소에서 보내고 28일 검찰에 재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전후로 받은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 모두 내달 본격화할 재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몇 차례 더 소환해 최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받으려는 계획이다. 공소장에 들어갈 범죄사실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구속수사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12일 이전에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판사 출신 이상원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등 재판 준비에 나섰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구속이 합당한지 기소 전 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절차인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노리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인력을 철수키로 했다. 행정처 측이 이달 검찰에 포렌식 조사 마무리를 요청했고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일인 25일 이에 응하면서 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한 것이다. 포레닉 팀은 그간 대법원 청사에 상주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전산 자료를 분석해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