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재해로 태아의 건강이 나빠졌을 경우도 산업재해에 포함해야 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제주의료원 태아 산재 인정과 관련해 대법원에 지난달 29일 의견서를 제출했다. 내용은 지난 2009~2010년 제주의료원에 간호사 9명이 유산하고 4명이 연달아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낳았던 사건이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산재를 신청했으나 지난 2016년 진행된 2심에서 유산한 건에 대해서만 인정받고 선천성 심장질환에 대해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 측 판단은 ‘산재는 근로자 본인에게 발생한 것으로 대상으로 하며 출산아에게 발생한 것은 산재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당 간호사들은 대법원에 항소했으나 아직 계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명백한 ‘업무상 질병’이라 밝혔다. 서울대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분쇄했던 알약 가운데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약품이 총 54종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진행한 역학조사에서도 약품 분쇄 작업을 폐지한 뒤 유산·심장기형 발생률이 줄어든 점을 고려해 약품 분쇄 작업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향후 유사소송에 대비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1항의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실제 이 판례를 기다리는 노동자가 존재하며 보건의료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의 파급도 고려한 것”이라며, “단지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예방의 차원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모성권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큰 발판이 될 것”이라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