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기술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김택진 대표 등은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경쟁력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이해진 GIO, 김택진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등 1세대 벤처기업인들과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유니콘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칭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약속하면서 성장의 주된 동력을 혁신성장에서 찾고 있다”고 운을 떼고 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게임업계 대표 격으로 자리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했다.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기업의 진입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1990년대 후반 ‘리니지’ 등 초대형 흥행작을 탄생시킨 국내 1세대 게임사다. 이날 김택진 대표의 발언은 최근 중국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공략에 나서고 있는 국내 업계 현황을 대변하고자 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해진 네이버 GIO도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며 글로벌 경쟁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서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2017년 국정감사를 기해 본격화 된 네이버-구글 등 글로벌 경쟁 상황 논의와 궤를 같이한다.
이외 각 기업들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요구가 쏟아졌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바이오헬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한 ‘4차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라며 “현재 한국은 우수한 인재, 뛰어난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이어 “북한에는 우수한 과학인재들이 있다. 반면 의료 환경은 열악하다. 북의 의료문제 해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 트레이닝 센터를 만드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권오섭 L&P 대표는 “저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해오던 구인광고를 하고는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취업방송이 있으면 좋겠다”며 “외국과 다르게 우리는 판매자와 제조자를 모두 기재해야 하는데 하나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엔지니어들의 부족으로 서로 다른 기업의 개발자를 빼오는 상황까지 연출된다”며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주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겠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된다”고 꼬집었다.
자본 유치를 통한 성장 환경 조성을 도와달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한국 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상황 등을 꼬집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규모 확대)이 중요하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며 “정책 목적의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창업주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만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또한 그들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욱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며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반드시 새로운 분야의 혁신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 혁신을 근간으로 해서 다른 분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지적들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안에 해소되리라 본다”며 “초기 큰 부를 이룬 분들이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것들이 있어 국민들의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의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으로 여러 가지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대한 해외 시각 관련해서는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한반도 리스크일 텐데 그 부분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자신 있게 기업 활동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장점보다는 단점들을 더 부각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적들이 나온다면 국민들도 규제 유무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