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12일 “보안접속(https) 및 우회접속 방식으로 유통하는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 기능을 고도화한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통신 심의 결과, 차단 결정한 895건의 불법 해외사이트부터 관련 내용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그동안 https 방식의 해외 인터넷사이트에서 불법촬영물, 음란물 등이 유통되더라도 해당 사이트 접속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없어 이들에 대한 법집행력 확보 및 이용자의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었다.
https 방식은 기존에 사용된 통신 프로토콜인 http 방식보다 보안이 더 강화된 버전으로 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의 모든 통신 내용을 암호화해 제공한다. 이에 기존 방식으로는 https 방식의 접근을 차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방통위는 SNI(Se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 사이트 접속 과정에서 정보들이 암호화되기 전 단계를 미리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이용자가 https 표시된 사이트에 접속할 시 접속 도메인 정보를 살펴보고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검열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14일 ‘정부의 SNI 필드 차단 기술 도입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픈넷 측은 “SNI 필드는 암호화되진 않지만 본래 보안 접속을 위해 존재하는 영역”이라면서 “이용자의 보안접속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지속하면 국가기관 스스로 국민의 인터넷 보안을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https 차단정책 반대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인터넷 검열은 명백한 위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과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참여자는 “(SNI 차단기술은) 중국이나 북한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며 “해당 방식은 https가 암호화되기 직전 잠시 정보가 노출되는 순간을 잡아 차단하는 것인데 이는 특정인이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정부가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관련 청원은 1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24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할 경우 지도자나 정부에 따라서 자기의 입맞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방통위 측은 해외 불법사이트 차단은 통신·데이터 감청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등 근거 법령에 따라 불법인 해외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을 검열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암호화되지 않고 공개된 SNI 필드 영역을 활용해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은 암호화된 통신내용을 열람 가능상태로 전환하는 것은 감청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통위 해명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강화된 차단 방식을 도입해도 결국 우회하는 방법이 나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만큼 이번 논란은 쉽게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