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건부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결정을 받고 귀가한 데에 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한 목소리를 냈다. 사법부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한국당은 안도하며 김경수 지사의 재판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6일 이 전 대통령에게 조건부 보석을 허용했다. 보증금은 10억 원이다. 다만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배우자나 직계 혈족,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당은 사법부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탈모, 수면무호흡증, 위염, 피부병 등의 질환을 보석의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이명박 대통령 측이 1심 당시부터 무더기 증인신청 등으로 재판을 고의 지연시킨바 있음에도 법원이 신속하게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나 이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큰 것 또한 사실”이라며 “향후 재판 진행에 있어서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엄정하고 단호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구치소에서 석방됐다고 기뻐하지 말라. 법원의 허가 없이 자택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서 “증거인멸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 눈에는 보석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이 전 대통령은 미적대며 재판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법원은 앞으로의 재판 과정도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조건부 보석은 말장난에 불과한 국가 기만이라고 사법부에 불만을 표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재판부는 보석 허가 이유로 기일까지 충실한 심리와 선고가 불가능하고 구속만료일이 43일밖에 남지 않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면서 “타당한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증인을 심문하지 못한 것은 이명박 측 증인들의 의도적인 불출석 때문”이라고 맹점을 짚었다.
정 대변인은 “이런 와중에 조건부 보석은 봐주기 석방으로 재판부와 보석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죗값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항소심 재판부가 새롭게 구성된 만큼 더 엄정하고 지체 없이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도 “자택과 통신제한이 붙은 조건부지만 이명박 석방이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작지 않다”면서 “이명박의 돌연사 위험은 제거되는 대신 국민들의 울화병 지수는 더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문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는 판사의 법리적 판단이었길 바라며 항소심 재판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법정 구속, 남은 형기를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고령과 병환을 고려할 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다만 전직 대통령의 병환에 대한 호소마저 조롱하는 민주당의 치졸함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법원 겁박도 서슴지 않는 무소불위 정당임을 실감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엄정하고 단호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라고 민주당이 요청한 것은, 부디 김경수 지사에 대한 재판에 대해서도 잊지 말고 다시 한 번 강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