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실무 담당을 맡고 있는 청년 당직자들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청년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당직자들은 황 대표에게 내 집 마련과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워라밸) 등 청년 고민에 대해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황교안 대표는 12일 서교동 한 카페에서 20명의 한국당 청년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결혼을 앞둔 청년, 육아휴직을 마치고 업무에 갓 복귀한 워킹맘 등 한국당 내 2030 당직자들 20명이 참석해 청년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 30대 남성 “여권 신장에 역차별·내집마련 어떻게”=올해 서른여섯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한 남성 당직자 A씨는 결혼을 생각하며 고민이 깊어졌다.
A씨는 특히 최근 여권이 신장하면서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꼈다. 남성이 더 출세하는 것 아닌가하는 말들에 그렇지 않은 남성들은 역차별을 느낀다는 것.
그는 황교안 대표에게 30대 남성들의 이같은 공감대를 타개할 구상이 있는지 물었다.
황교안 대표는 위로 세 명의 누나를 둔 육 남매의 막내였다. 황 대표는 “과거는 성차별은 있었지만 지금보다 인식이 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수가 성별에 따라 입장을 나누게 되면서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사회가 발전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내 집 마련에 대해선 임대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1984년 결혼했다는 황교안 대표는 “당시에는 집값이 높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좋은 임대주택이 보급돼 있다”며 나중에 통영에서 2년, 영주에서 2년 살며 주택을 임대해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연년생 키우는 워킹맘 “3가지 포기하니 살만 해”=3·4세 연년생 자녀를 둔 워킹맘 B씨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세 가지를 포기했다고 했다. 월급과 개인 시간, 부모님의 건강이다.
B씨는 월급을 양육비에 쏟아 부었고 육아를 위해 여가 시간을 포기했다. 업무 시간에는 아이를 부모님께 맡겨야 해 부모님의 건강까지 염려해야 했다. 그는 이 세 가지를 모두 포기하니 아이를 그나마 키울 수 있는 것 같다며 자조섞인 한탄을 늘어놓았다.
국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해서도 현실을 모른다며 쓴 소리를 던졌다. 육아보다 출산률 높이는 일에 집중되어 있는 저출산 대책을 지적한 것. B씨는 황 대표에게 멀리서 찾지 말고 청년 당직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물어봐주시면 답해드릴 테니 자연스럽게 의견을 제시할 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황 대표는 “내 딸과 아들도 자녀를 키운다”며 “앞으로 잘 듣겠다”고 답했다.
함께 자리에 참석한 한선교 한국당 사무총장은 “당 사정이 나아지면 육아교사를 채용해 당산동 당사에 어린이집을 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워라밸’…한국당 내에서도 지켜지지 않아=기획팀 소속 C씨는 요즘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가정의 양립)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한국당 내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C씨는 11일 현장 최고위원회의 참석 차 창원에 내려가 당일 저녁에 올라오는 등 야근과 주말 출근을 했다. 그는 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질 때와 지켜지지 않을 때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다며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 지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황 대표는 “우선 내가 ‘워라밸’을 지키면 된다면서 여건 상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최대한)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