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적사용 의혹에 대해 공무상 불가피한 집행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업무추진비 사용 시간대와 업종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사적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은 제기된 의혹을 중심으로 청와대 업무추진비 집행실태를 감사했다.
13일 감사원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공휴일과 주말, 심야(오후 11시 이후)에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총 2461건으로 조사됐다.
사적사용이 의심되는 업종으로는 ▲주점 81건 ▲오락 54건 ▲백화점 698건 ▲50만원을 초과한 고급 일식점 43건의 업무추진비 집행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금지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거나, 불가피하게 심야·휴일 등에 업무추진비가 쓰인 경우 사유가 입증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주점에서 사용된 81건의 업무추진비의 경우, 업무추진비 사용이 금지된 단란·유흥주점이 아닌 기타주점 등 집행이 허용되는 업종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야·휴일 사용에 대해서도 내역, 장소, 목적, 참석자 등이 상세 기재된 증빙서류가 있었고 영수증을 허위 작성한 사례도 없었다.
업무추진비 문제가 제기되기 전인 지난해 1월, 대통비서실은 내부 지침을 개정해 기타주점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2018년 이후 주점 업종에서 사용된 33건 중 식사 대체 목적으로 치킨집 등에서 사용한 11건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추진비는 반납 처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점은 아니지만 고급일식점에서 50만원 이상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일부 사례에서는 사용 건당 상한액을 별도로 정한 지침이 없어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건당 5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증빙서류도 규정에 맞게 작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은 업무 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요해 손님들이 공간을 따로 쓰는 구조가 많은 일식점을 업무 협의 장소로 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백화점업종에서 집행된 업무추진비 액수는 총 9238만원, 698건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행사 물품에 7500여만원, 업무 협의 등에 1700만원이 사용됐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서도 업무 연관성에 따라 적합하게 사용됐다고 결론 냈다.
오락업종에서 사용된 243여 만원의 경우, 영화관이나 음료·다과에 지출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영화 '택시운전사', '1987' 관람행사를 하는 데 사용됐다.
다만 업무추진비 전용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증빙서류 미비 등의 문제로 대통령비서실이 3건(주의요구 2, 통보 1), 대통령경호처는 1건(주의)의 조치가 이뤄졌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의 냉온수기 투입용 식수 구입비(869만원)와 대통령경호처의 평창 출장으로 인한 숙박비(136만원)를 전용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업무추진비 예산으로 집행한 것을 문제삼아 주의를 요구했다.
또 대통령비서실이 2017년 9월 간담회용 다과를 사기 위해 업무추진비 32만5천원을 구내매점에서 사용한 것과 2018년 5월 행사 참석자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품 구매에 289만5천원을 집행한 건에 대해선 증빙서류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업종이 누락돼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집행도 있었다.
감사원은 카드사 자체관리코드(4자리)를 한국표준산업분류코드(6자리)로 변환하지 않고 전송하거나 공백으로 전송하면서 누락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2개 카드사에서 결제된 업무추진비 8274건(전체의 44%) 정도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재정정보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카드사에 6자리 업종코드로 전송하도록 조치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