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효율이 미세먼지 때문에 떨어진다니 너무 나간 소리다. 말 그대로 ‘초미세·미세먼지다. 중동의 모래바람도 아니고 가당찮은 소리다.”
최근 한 행사장에서 만난 10년 차 글로벌 에너지 산업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반응과 별개로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미세먼지 때문이라는 주장은 꼭 확인해야 할 문제다.
최근 정치권에서 미세먼지로 인해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대다수의 언론들도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주장의 요지는 미세먼지로 인해 국내 태양광 발전소의 효율이 17%~40%까지 감소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주장은 과장됐다. 한국과 중국 태양광 기업,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크고 작은 태양광 발전소 관계자들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핀트가 어긋난 소리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은 눈에 보이는 태양광(빛)만을 흡수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태양광 발전 시설들은 자외선을 비롯한 단파장부터 장파장에 이르는 태양광을 모두 흡수해 전력을 생산한다. 결과적으로 입자 크기가 10㎛ 이하인 미세먼지,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인해 발전 효율이 떨어질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취재 과정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솔직한 실험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자료지만 최소 1년 단위로 실험한 결과를 제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태양광 발전 효율의 감소는 약 0.5~1%에 불과했다.
해당 사안을 취재하며 만난 외국계 태양광 기업 관계자는 대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운영 중인 중국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태양광 발전이 뒤처진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 없다며 실소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 미세먼지가 영향을 끼쳐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지표로 삼는 자료의 신빙성도 떨어진다.
이러한 주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한국전력공사의 5개 발전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는 점이며, 해당 분석에 따라 미세먼지와 태양광 발전량이 큰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6일 연속 시행된 지난 1일부터 6일 전국 7곳 발전소의 태양광 발전량과 직전 6일 동안의 발전량을 비교한 결과라는 점이다. 자료 생산을 위한 측정 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은 것 아닌가?
해당 자료에서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전남 영암 F1 발전소, 신인천전망대 발전소, 당진후문 주차장 발전소 등이 최소 17~25%의 발전 효율이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한달도 안 되는 기간의 수치로 ‘발전 효율’을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본이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처럼 3~5년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달이 안되는 기간을 가지고 분석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했을까?
또한 이 주장에는 큰 맹점 있다. 자료에 등장하는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에도 구름이 낀 날에는 미세먼지가 맑은 날보다 발전량이 적었다. 구름이 문제면 문제였지 미세먼지 탓으로 단언할 수 없어 보인다.
미세먼지와 태양광 발전 효율의 상관관계를 증명하고 싶다면 빈약한 데이터와 궁색한 주장보다 국내 태양광 패널의 설치 방식부터 모듈 규격, 먼지의 종류·환경·날씨 등을 모두 고려해 시간적 여유를 둔 정확한 조사를 해야한다.
미세먼지가 태양광 발전효율을 떨어지게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태양광 발전과 미세먼지를 연관지어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러한 주장에는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던 ‘미세먼지 30% 감축’을 지키지 못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정책’이 실패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 포개진다.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빈약한 데이터와 궁색한 주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정쟁화하려는 것은 ‘제 우물에 침 뱉기’가 아닐까?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