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전공의들의 수면 환경 및 야간당직 업무 실태 파악을 위해 회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업무 강도 및 휴게 시간 보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9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월에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전국 90여 개 수련병원의 660여 명이 참여했다.
전공의의 81.1%는 평소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수면을 방해하는 주된 요소는 과도한 업무, 불필요한 호출 등 업무 관련 이유가 86.5%였다. 불충분한 수면으로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32.6%가 ‘항상 느낀다’, 37.6%는 ‘자주 있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은 “36시간 연속 근무했다”, “죽겠다 싶은 생각을 하며 새벽까지 일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무거운 수술 도구를 나르다 다쳤다”, “환자를 착각해 다른 환자에게 투약할 뻔한 적이 있다”등으로 불안감을 드러냈다.
야간당직을 서는 날은 평소보다 업무가 가중된다. 전공의의 35.9%가 야간당직 시 입원환자 수가 평일 주간의 통상 업무시간보다 3배 이상 많다고 답변했다. 야간 당직시 하루 평균 약 29통의 업무 관련 전화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대 300통이라고 답한 전공의도 있었다. 야간당직으로 인한 스트레스 수준도 10점 만점에 평균 7.7점을 보였으며, 10점 만점이라고 답한 전공의는 21.5%였다.
높은 업무 강도와 피로도에도 적절한 휴게 시간은 보장받지 못했다. 야간당직 시간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대전협은 밝혔다. 야간당직을 서는 동안 전문의의 지도·감독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야간당직 시 본인을 감독하고 지도해 줄 전문의가 병원 내에 상주하냐는 질문에 전공의 42.4%가 ‘대개 상주하지 않음’, 34.4%가 ‘전혀 상주하지 않음’이라고 답했다. 지도해줄 전문의의 부재로 수행에 자주 또는 항상 불안을 느낀다고 답한 전공의는 32.6%였다. 전공의 수준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진료는 당직 전문의와 전화로 상의하나 처리는 전공의가 직접하는 경우가 70%가 넘었다.
전공의 수준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진료의 경우 당직 전문의와 전화로 상의하나 처리는 전공의가 직접 하는 경우가 72.5%에 달했다. 연락을 취하는 단계에서도 “바로 연락하면 눈치가 보인다”, “상부와 보고체계가 없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전문의가 보고를 받지 않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등의 어려움이 동반되기도 했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안전하지 못한 수련 시스템에서 전공의가 최선의 진료를 하며 제대로 배울지 의문”이라며 “야간 당직 시 담당 환자 수 제한과 입원 전담전문의의 확대가 시급하다. 국가 차원의 별도 재정이 이뤄지도록 의료계 유관단체와 논의하고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