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4월8일~4월12일) 초중반 국회의 이목은 헌법재판소에 쏠려 있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부부소유의 ‘35억대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부적격’ 논란이 일었다. 낙태죄가 66년만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게 되면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주 후반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제7차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주초 열린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의 쟁점은 이미선 후보자 부부의 과다한 주식보유 논란이었다. 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억6000여만원 중 83%인 35억4887만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부부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금융위원회에 수사 의뢰를 요청하기로 했다. 나아가 한국당은 이들 부부를 15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12일 헌법재판관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을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는 여야 이견으로 끝내 열리지 못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과다한 주식 보유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남편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 후보자는 모든 거래는 남편이 했고 공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 남편도 주식매매를 본인이 도맡아 했으며, 불법적 요소는 없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불법적 요소가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헌법재판관에게는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각 나오고 있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여론조사기관) 대표는 “내부정보를 이용했거나 기타 불법적 요소가 있으면 당연히 낙마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재산을 증식시켜가는 과정이 떳떳하다면 주식으로 번 돈이 많다고 해도 고위당직자로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반해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인사청문회의 기준이 범법자 여부를 가리는 게 돼선 안된다”며 “헌재 재판관은 헌법의 가치기준을 판단하는 자리기 때문에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이 적용되야 한다”고 했다.
한편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 여성과 시술 의사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형법 269조와 270조, 이른바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다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임신 초기 태아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건 태아의 생명보호에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조항이 명백한 위헌이지만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새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현행법을 유지하도록 하는 판결이다. 입법 기한은 2020년 12월31일까지다. 이 시한이 만료되면 현행 낙태죄의 법적 효력은 사라지게 된다.
이같은 헌재의 결정에 여야 모두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의당은 낙태죄를 형법에서 삭제하고 인공임신중절의 허용한계를 대폭 넓힌 낙태죄 폐지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낙태죄 폐지 논의에 소극적이던 더불어민주·자유한국·바른미래·민주평화당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주 후반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일곱 번째 열리는 회담이자 지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맞은 첫 회담이다. 11일 오후 12시께(현지시간)부터 두시간 가량 이어진 이번 회담은 양 정상의 단독회담(29분), 양국 참모들이 배석한 소규모 회담(28분)과 확대회담(59분)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남북경협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회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남북경협에 대해서도 아직은 적기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미 많은 진전을 이뤘고 앞으로 더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여야4당과 한국당의 평가는 엇갈렸다. 민주당은 “동맹으로서 공조를 굳건히 하며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고,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도 “한미 간 우의를 확인했다”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렸다”며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뜬구름 잡는 정체불평의 회담” “왜 갔는지 모를 정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대진 대표는 “하노이 회담 이후 평행선을 달렸던 두 나라가 교감할 수 있는 다리를 놨다는 점과 의지를 확인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면서도 “일부 제재라도 완화시키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엇갈린 정당 평가에 대해선 “정당마다 대북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당 이야기도 야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풀이했다.
김만흠 원장도 의견을 같이 했다. 김 원장은 “특별하게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 하노이 회담 이후 아무런 소통이 없던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문제를 환기시켰다는 의미 정도”라고 봤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