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본회의도 한 번 열지 못한 채 종료됐다. 장관·헌법재판관 임명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끝내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한 탓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국회는 2월·4월·6월 등 ‘짝수 달’에 자동으로 열린다. 다만 본회의 개의와 대정부 질문 일자 등 구체적인 의사일정은 여야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에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공전(의사정족수의 부족 또는 의사일정의 미합의 등으로 예정된 회의 자체가 개회되지 못하는 상황) 장기화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삭발식과 전국순회집회까지 벌인 자유한국당의 국회복귀가 수일 내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역대 국회에서 정기·임시국회가 시작됐으나 여야 대치로 공전을 겪었던 사례는 빈번하다.
최장 기록은 15대 국회(256일)가 세웠다. 당시 신한국당(자유한국당 전신)과 새정치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 전신) 등 여야는 선거 공정성의 시비를 따지는 국정조사 특위와 및 검·경중립화를 다루는 제도개선 특위 구성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19대 국회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으로 갈등을 빚으며 151일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았다. 이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으로 필리버스터 정국을 맞기도 했다.
18대에서도 국회 파행이 153일간 지속됐다. 당시 국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로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로 장기 공전상태를 이어갔다.
이밖에 14대 국회는 133일, 13대 국회는 103일 간 입법 공백 사태를 보였다.
반복되는 고착상태를 막고자 국회는 지난달 ‘일하는 국회법’을 의결, 오는 7월 시행 예정이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은 여전하다. 처벌조항의 부재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벌칙조항이 없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얻을 것 없이 돌아가려고 장외투쟁을 시작했겠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 이후 양당이 상견례를 하며 물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도 “추가경정예산안 등 국회가 당장 처리해야 할 주요 법안들은 사실상 정부와 여당에게 필요한 것이지, 한국당에게는 득 될 것이 없다”면서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과거사 진상규명법 제정·언론관계법 개정)에 맞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벌였던 2004년도(17대) 국회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