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널리 얼굴을 알린 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한 배우 이동휘는 올해 초 영화 ‘극한직업’으로 다시 한번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매사에 진지하면서도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는 ‘극한직업’의 영호를 통해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 것이다.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이동휘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작품은 올해 여러 편 준비됐다. 영화 ‘어린 의뢰인’도 그중 하나다. 이동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서 첫 단독 주연을 맡아 무게감 있게 극을 끌고 나간다.
‘어린 의뢰인’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휘는 ‘극한직업’ 작업 전까지 1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가졌다고 털어놨다. 원해서 가진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이 시간을 통해, 이동휘는 잊고 지내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브라더’와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를 마치고 1년 정도 작품을 하지 않았어요. 배우로서 여러 고민을 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죠. 특히 초심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는지, 그때를 떠올려 봤죠. 프로필을 열심히 돌리고, 오디션 날짜가 잡혔다는 연락이 오면 기뻤던 그때요.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하고,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며 연기했던 마음을 회상하니 자연스레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생각이 정리됐어요.”
복잡한 마음이 정리된 덕분일까. 이동휘는 공백기 이후 작품을 선보이는 플랫폼이나 역할의 크기 등에 크게 얽매이지 않게 됐다. 자신이 맡을 역할의 무게보다 작품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어린 의뢰인’의 정엽 역할을 선택한 이유도 아동학대 근절이라는 영화의 목표와 이야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어린 의뢰인’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뉴스 내용이 영화보다 더 잔혹하다는 것이,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정말 마음 아파요. 지난주에도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그런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할 것 같아요. 안타깝고 힘들고 왜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될까 고민하겠죠.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으로서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해야 하는 이야기니까, 해야겠다는 확고한 마음이 들었죠.”
“우물을 팔수록 맑은 물이 나온다”는 말을 연기의 지침으로 생각한다는 이동휘는 이번 작품에서도 깊이 있는 접근을 통해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주인공인 정엽을 절대 선이나 정의로 표현하기보다 다양한 면을 지닌 ‘우리 곁의 누군가’로 나타내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정엽이 누나와 있을 때, 사회생활을 할 때, 아이들과 있을 때의 모습이 조금씩 다 달라요. 관객이 정엽을 판타지 속 인물이 아닌, 자신이나 친구 혹은 이웃같이 가깝게 여겨야 그의 변화에 몰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넘치지 않는 선에서 인물에 약간의 유머를 가미한 것도 이런 이유였어요.”
성공만을 좇던 변호사 정엽이 아동학대 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상황과 감정의 굴곡을 성공적으로 표현해낸 그는 이러한 평들에 “쑥스럽다”며 ‘어린 의뢰인’을 함께한 배우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다빈 역의 배우 최명빈과 민석 역할을 맡은 배우 이주원이 연기를 너무나 잘해준 덕분에,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이 영화에 가해자 역할로 출연해 작품의 메시지를 부각한 배우 유선에게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다빈·민석 남매를 연기한 명빈과 주원, 유선 선배가 작품의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저는 그들에게 기대어 갔죠. 연기 외적으로도 느낀 것이 있어요. 촬영장에서 진지한 연기를 하다가도 금방 빠져나와서 쾌활하게 웃고 장난을 치는 아역 배우들의 모습이 처음엔 신기했는데, 그 모습이 제가 잊고 지냈던 초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친구들처럼 카메라 앞의 설렘과 즐거움을 잊지 않는다면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이스트드림시노펙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