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손학규 대표와 동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17일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오 원내대표와 지난달 8일 이후 한달여 간 회의를 보이콧한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이날 김수민 최고위원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중도 퇴장했다.
이날 오 원내대표는 “어제 손 대표가 같은 당 동지를 ‘수구 보수’로 매도하고 의원들의 총의를 ‘계파 패권주의’라고 비난했다”라면서 “큰 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또 패권주의, 수구 보수 표현을 이 자리에서 사과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에 하 최고위원도 손 대표 퇴진 주장에 가세했다. 하 최고위원은 “올드보이·수구세력의 당내 청산이 급선무”라며 “손 대표는 부인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선출의 총의는 사실상 손 대표 불신임이고 탄핵 의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손 대표의 측근 임재훈 의원을 향해 “(최고위원이 아닌데) 왜 오셨냐.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권 최고위원은 회의장 내 백드롭(뒷걸개)에 적힌 당 구호 ‘화합, 가장, 개혁’을 가리키며 “이 백드롭이 무엇이냐. 화합, 자강, 개혁이다. 자강이 무엇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패권주의·수구 보수’ 발언을 언급하며 “의원들이 화합, 자강을 결의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이것을 깨고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왜 하시느냐. 이는 (이언주 의원의) ‘찌질하다’ 발언보다 더 큰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도 ‘손 대표가 민주평화당 의원들에게 입당을 권유하며 유승민을 몰아내자’고 했다는 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천명하라”며 손 대표를 몰아세웠다.
손 대표가 지명한 문병호 최고위원만 유일하게 손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문 최고위원은 “우격다짐으로 대표를 망신 주거나 대표 몰아내기로 몰아가선 안 된다”며 “따지고 보면 3분이 보이콧을 한 게 비정상의 시작 아니냐”고 했다.
이에 오 원내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또한 손 대표의 아바타”라며 “이 당이 손학규 당이냐, 손학규는 혼자 남은 고립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바른정당계는 회의 안건으로 ▲ 문병호·주승용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무효 ▲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당직 인사에 대한 최고위 과반 의결 의무화 ▲ 지도부 재신임 투표 등을 상정하자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사퇴하지 않는다.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며 “이것으로 당을 살리고 총선에 승리하겠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어제 기자간담회의 패권주의·수구 보수 발언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옆에 앉아 웃으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갈 수 없다”며 공세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