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11개월 앞두고 원내 활동을 하던 국회의원들이 부쩍 자신의 지역구를 찾기 시작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지역구 의원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고향 등을 찾는 추세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인 비례대표에겐 공천의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신인만큼 낮은 인지도를 갖고 있음에도 신인에게 주어지는 공천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이 임기를 마친 직후 열리는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에 당선된 사례는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것 자체가 이미 혜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주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 조기축구부터 시작한 현역, 상대 안 돼…신인 프리미엄도 無=비례대표 의원의 첫 번째 난관은 지역구를 정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은 대개 자신의 고향 등 연고가 있는 곳을 지역구로 정하거나 당 지지기반이 단단한 지역구를 택한다.
하지만 비례의원의 지역 내 입지는 좁다. 비례대표 제도는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다만 그와 동시에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직능별로 대표성을 띠거나 사회적 약자 계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지명하는 경우가 많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는 이미 그 전부터 자리 잡은 세력들이 있다. 아무리 비례대표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으로 간다고 해도 지역구에서는 을 중의 을”이라면서 “비교적 젊은 분들이 많다보니 국회의원으로 봐주시지도 않는다. 조기축구회 참여 등 십 년 이십 년 지역활동 해오신 지역구 의원을 이기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는 정치 신인에게 주어지는 프리미엄 혜택도 없다. 민주당 공천룰에 따르면 정치신인에게 주어지는 가산점은 최소 10%에서 최대 20%다. 전략공천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선 통과마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 낮은 재선률…애초에 불출마 선언하기도=이들 의원들의 재선률은 지역구 초선의원의 재선률보다도 낮다.
20대 국회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19대 비례대표 출신 의원은 54명 중 5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19대 지역구 초선의원 94명 가운데 20대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64명이나 된다. 초선 의원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차기 총선에서도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후보가 아닌 이상 당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비례대표가 지역에 안착한 국회의원은 거의 없다. 대표적으로 심상정 의원이 있는데 그 분은 대권주자로서 안착한 것”이라며 “20대 국회에서 그 정도의 지지율을 받는 분은 없는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차기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비례의원도 여럿이다. 이수혁 의원은 전북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직을 내려놓으며 불출마의 뜻을 내비쳤다. 이밖에 김성수·이용득·이철희·최운열 의원 등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 결국 본인하기 나름?…인적 지원 등 일부 도움은 있을 수 있어=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비례의원으로 선출된 것 자체가 이미 혜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많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사무소 등을 개소하려면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비례대표는 선거에 대해 잘 아는 국회에서 전문성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꾸릴 수 있다”면서 “근데 지역에서 처음 초선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역구 진출을 일찌감치 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 소장은 “2~3년 전부터 지역을 명확히 확정해서 관리를 시작했어야 한다”면서 “비례대표로서의 정책 전문가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지역구를 뛰면 된다. 둘의 역할이 상충되는 게 아니다. 자기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