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쿠팡이 한 달에 두 번 홈페이지를 닫는다면, 이마트의 성장세가 되돌아올까. 글쎄, 아마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휴업일을 피해 주문하면 그 뿐 아닌가. 오히려 쿠팡맨들은 적극 반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쿠팡을 아예 폐쇄하는 건 어떤가. 티몬, 위메프, 11번가, 옥션, G마켓도 말이다. 사람들이 다시 이마트로 몰려가서 장을 보기 시작할까?
재래시장 살리기를 취지로 시행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 된지 7년가량이 흘렀다. 다들 입 밖에 내길 원치 않지만, 사실 이 정책은 실패했다. 사람들은 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보다 온라인 채널로의 이동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재래시장을 살리지도 못했고, 대형마트는 침체, 쿠팡 등 온라인 몰만 배를 불리는 기회가 됐다.
물론 규제 하나만으로 대형마트가 침체를 맞았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단초’가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가 본격화된 시기를 기점으로 마트업계는 역신장하기 시작했고, 온라인몰 등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2.9% 감소했고,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4.1% 급증했다. 오프라인 중에서도 대형마트가 전년보다 7.7% 감소하며 가장 두드러졌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2년 전년 대비 3.3% 감소를 기점으로 지난해까지 7년째 2% 내외로 역성장 중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 반토막이 났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저조한 영업익과 매출을 거두고 있다.
규제 의도와 다른 전혀 다른 결과다. 정부는 이제 재래시장은 물론, 대형마트 보호(?)까지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사실 대형마트에 일자리를 두고 있는 직원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향후 마트들은 침체에 대한 타개책으로 점포를 줄이는 등,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계산기 도입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대량 실직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11일에는 무인셀프계산대를 도입을 놓고, 마트산업노동조합이 이마트 창동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마트 측은 무인계산기 도입으로 당장의 인력 감축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 격화할 것이 뻔하다.
이런 역효과를 아는지 모르는지,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4회로 늘리는 등 초강경 규제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딱히 규제가 없어도, 이미 마트사업은 유통업계에서 사양산업으로 분류 된지 오래다. 업계는 오프라인 신규 투자를 줄이고 대신 온라인 몰에 올인 중이다. 롯데와 신세계가 자사 온라인 몰에 쏟아 부은 돈만 1조원이 넘는다.
만약 이마트가 한 달에 네 번 매장을 닫는다면, 재래시장은 부활할 수 있을까. 포퓰리즘 정책에만 의존해선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