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상은 야구계의 떳떳한 선배가 아니었다. 딸에게도 부끄러운 아버지였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이 유소년들에게 금지약물 투여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 3일 밀수입 등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주사 및 판매한 혐의로 이여상을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강습비 명목으로 무허가 스테로이드 제제와 각종 호르몬을 1회당 300만원을 받고 직접 학생들에게 주사해 1년간 1억 60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야구계 선배로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이여상이다.
그는 선수 은퇴 후 프로팀 코치직 제안을 거절하고, 유소년 양성을 위해 야구교실을 차렸다.
하지만 선배로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어주진 못했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맞아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프로 구단 입단이나 대학 입시가 잘 풀린다”며 유소년 선수들을 유혹했다.
스테로이드는 심혈관 질환이나 성기능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은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등 부작용이 더욱 크게 드러날 수 있다. 불법적인 약물 투여가 선수 생활 뿐만 아니라 자칫 일상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약물을 맞은 선수들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야구교실 소속 7명 중 2명의 선수에게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 선수들은 약물 투여 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4년간 선수 자격을 잃는다. 후배들을 이끌어주기는 커녕 벼랑으로 내몰았다.
가장의 역할에도 충실하지 못한 이여상이다.
이여상은 자신의 딸 이름을 따 야구교실 이름을 '이루리의 야구교실'로 지었다.
지난 2월 오센과의 인터뷰에서 이여상은 야구교실에 대해 “딸에 대한 사랑도 있었고, 선수들이 꿈을 이뤄주는 야구 교실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며 “딸의 이름을 내건 만큼, 진실되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지었다”고 말했다.
이여상은 SNS에 딸 사진을 올리는 등 애정을 드러냈지만 뒤에선 불법을 저지르며 딸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야구를 모독하고,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한 이여상이다. 추방돼도 마땅하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