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머 시즌을 앞두고 KT 롤스터는 “스프링 시즌 때 못 보여드렸던 기존의 강팀 KT를 다시 보여드리겠다. 이번 시즌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서 롤드컵 진출도 노리겠다"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승격강등전을 간신히 면하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 17일 2019 LCK 스프링 2라운드 42경기에서 KT는 킹존 드래곤X를 상대로 2-1로 승리하면서 6승 12패 득실 -12 8위를 기록했다. 패했다면 9위로 승강전이 확정될 위기였지만 최악은 면했다.
승강전은 피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지난해 이맘때 정규 시즌 1위에 오르며 결승으로 직행했던 KT다. 특히 이날은 2012년부터 KT의 터주대감으로 활약했던 ‘스코어’ 고동빈의 LCK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씁쓸함을 남겼다.
KT는 지난해 '슈퍼팀'으로 불렸다.
‘스멥’ 송경호와 ‘스코어’ 고동빈, ‘유칼’ 손우현, ‘데프트’ 김혁규, ‘마타’ 조세형으로 이뤄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월드챔피언십이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다가오자 KT는 방향성을 상실했다.
팀의 주요 전력이었던 ‘유칼’, ‘데프트’, ‘마타’ 등을 놓쳤다. 서둘러 전력 보강을 했어야 했지만 FA 시장에 나온 거물 선수들 중 ‘비디디’ 곽보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놓쳤다.
비디디 덕분에 상체는 그런대로 자리를 잡았지만 하체 쪽엔 무게를 싣지 못했다. 결국 ‘눈꽃’ 노회종을 서포터로 영입하는데 그친 KT는 원거리 딜러로 연습생 ‘제니트’ 전태권과 ‘강고’ 변세훈을 기용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KT는 한 시즌 만에 9위로 떨어지며 승강전에 가는 수모를 겪었다. 다행히 2부 리그 팀들의 도전을 꺾으며 기사회생으로 LCK에 잔류했다.
반전이 필요했던 KT는 은퇴를 선언한 ‘프레이’ 김종인을 어렵사리 영입했다.
프레이를 수혈함으로써 KT의 여름은 다시 뜨거워질 듯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프레이가 분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눈꽃과의 호흡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KT가 고작 승강전을 모면하고자 프레이를 데려왔을리 만무하다.
KT 재도약을 위한 우선 과제는 결국 팀 재정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코어가 은퇴를 선언한 지금 KT의 '새 얼굴 찾기'는 더욱 중요해졌다.
구단 수뇌부의 각성도 필요하다. 선수들의 기량 하락이 KT 추락에 큰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2시즌만에 우승팀이 승강권으로 추락한 것은 선수만의 잘못으로 볼 수 없다. 지휘부 역시 책임을 통감하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부적인 변화는 필수다. KT의 선수단 환경은 타 팀들에 비해 미흡하다. 대형 LCK 팀들은 이미 예전부터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망주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는 이적 시장의 흐름에 팀이 크게 흔들릴 여지 역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그리핀은 아마추어 대회 KeG 출신 '도란' 최현준을 기용해 전략적인 변화를 주며 서머 시즌 1위를 달성했다.
젠지 e스포츠, 한화생명e스포츠 등은 별도의 전용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며 선수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 가고 싶은 매력적인 팀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 지금의 KT에게 필요하다.
어찌됐든 LCK에 잔류하게 됐다. LCK 강호로 다시금 떠오를 KT를 기대해 본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