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양돈농가에서 발생한 이후, 연천에서도 의심 신고가 이어졌다.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 중인 ASF의 이렇다 할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면역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 ASF 발생을 예측한 바 있다. 석 달이 지난 현재 ASF의 국내 상륙 소식이 전해했다. 다시 우 교수에게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요청했다. 그는 정부 대응 자체에는 나름의 후한 점수를 주었지만, 전국의 양돈농가에 대한 컨트롤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그러면서 ASF 확산시 우리 양돈농가의 붕괴를 경고했다.
◇ “백신 개발 막바지”
-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아직 원인을 판단키 어렵다. 접경지대라 북한 경로로 전파된 것은 아닌지 추정된다.”
- ASF의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정부의 선제적 대처를 주문했었다. 그간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보는지.
“ASF가 발생하지 않은 국가로써 방어하는 입장이었다. 정책만 본다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다 했다. 물론 일선 양돈농가 및 특히 북한 접경 지역의 농장에서 정부의 차단 대책이 얼마나 엄격히 지켜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질병 확산 등 최악의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할까.
“확산을 가정한다면 국내 양돈산업은 거의 무너질 것이다. 국내 축산산업에서 국내·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양돈이다. 이게 무너진다는 것은 국내 축산 전반의 근간이 붕괴된다고 봐야 한다.”
- 백신이나 치료제 등 국내 연구는 미진한 실정인데.
“질병 미발생국에서 백신 등의 개발을 위한 연구비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관련 연구가 상당히 진행 중이다.”
- 해외의 백신 개발은 어디 단계까지 왔나.
“최근 스페인에서 유효한 백신 개발이 공식 발표됐다. 아직은 연구 단계라 검증 및 상용화까지는 더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 백신 개발이 상당부분 진척됐다?
“그렇다. (연구자들이) 계속 노력해왔다. 백신을 통한 예방이 최선의 조치이다. 개발이 현재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보면 된다.”
◇ 南北 축산 방역 시급하지만… 국제제재 가로막혀
- 기온이 낮아지면서 구제역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텐데, 농가의 이중고가 예상된다.
“과거 구제역 사태 당시 농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국내 축산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분야가 양돈이다. 구제역과 ASF 등 축산질병이 겹쳐서 오게 되면, 축산 농가는 황폐해질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동물 질병 등 축산분야의 어려움이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축산식품의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본다면 모두에게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 남북 간 축산 방역 협력도 시급하다.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차단 지점’이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방역당국은 북한에서의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했어야 했고, 질병 발생 시점에서는 남북 간 질병 정보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교환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했다. 지난해 평양 방문 이후 정부에 ‘남북통일수의학센터’ 구축 등 방역 체제 구축을 계속 제안해왔다. 현재 당장의 치료제 개발을 하는 것보다는 질병 현황을 즉각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 기준의 전파 차단 대처가 즉각 이뤄지도록 주변국과의 질병 발생 현황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 방북 당시 북측도 남한과의 수의학 방역 공조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나.
“그렇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북의 주민들에게 단백질 공급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북측은 ‘세포지구’란 대단위 축산 기지를 조성했다. 때문에 북의 동물 질병 방역 의지는 매우 높았다. 그러나 걸림돌은 미국-유엔-남한의 삼중경제제재다. 질병 검사를 위한 물자의 반입이 금지돼 있고, 과학자간 교류도 차단돼 있다. 방역을 위해 우리가 관련 기술을 북측에 전수해주고, 다시 북한이 이를 시행해야 질병 방어선이 작동된다. 비정치적 분야임에도 국제 제재로 인해 공조가 차단돼 있는 상황이다.”
- 향후 방역당국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까.
“현 단계에서 ‘현장’이 핵심이다. 현황 파악 등 현장 방역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전국 돼지농장에까지 (방역당국이)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나름의 대처 형식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지만, 현장 적용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점이 우려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