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개관한 삼성SDS 춘천 데이터센터는 아직 새집 냄새도 가시지 않았다. 센터로 들어가려면 하나의 지정된 통로로만 진입할 수 있다. 보안 때문이다. 평소 사람이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창문도, 환기 장치도 없다. 그러나 옥상을 통해 들어온 춘천의 시원한 자연 바람이 데이터센터 안으로 들어와 서버룸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힌다.
삼성SDS는 20일 SDDC(Software Defined Data Center) 기반 춘천 데이터센터를 미디어에 공개했다. SDDC기술을 적용한 이유는 춘천과 상암, 수원 데이터센터 서버자원을 통합운영하기 위함이다. Y자 형태의 이 건물은 축구장 5.5개 면적에 지상 2층 규모다. 1층에는 기반시설, 2층엔 6개 서버룸이 들어섰다. 삼성SDS가 춘천에 5번째 데이터센터를 세운 이유는 강원도 연평균기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고 바람을 이용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춘천 데이터센터 전력효율지수(PUE)는 1.2로 수원(1.5)과 상암(1.3)보다 높다. PUE는 데이터센터 총 전력사용량을 서버‧네트워크 등 IT설비 전력사용량으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전력 효율이 높다.
춘천 데이터센터의 높은 에너지효율은 지역 특징과 기술개발이 동시에 이뤄진 결과다. 서버룸은 온도유지가 가장 중요한데, 27도 정도를 유지하도록 온도가 올라가면 옥상에서 바람을 공급받아 열을 식힌다. 정전 같은 순간 사고에도 서버가 구동하도록 돕는 UPS는 최신식을 도입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최희주 데이터센터혁신팀장 전무는 “전력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보통 두 번의 변환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을 한 번으로 줄여 전력 손실률을 50% 줄였고, 전력 100을 넣었을 때 기존 UPS(정전시 서버지속 전원공급)는 10% 손실을 안고 90%의 전력만 들어갔지만, 최근 도입한 UPS는 1%만 잃고 99%의 전력이 그대로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건립 주기도 15년, 8년. 4년 순으로 빨라지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나라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 삼성SDS, IT인프라 외 서비스 실행‧적용한 플랫폼 제공…비용 절감하고 생산성 향상
삼성SDS는 6번째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올 상반기 경기도 화성시 동탄 지역 부지를 매입했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센터를 짓는 이유는 최 전무의 말처럼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시작하며 데이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미래는 디지털 전환을 잘 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뉜다 할 정도로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단계를 넘어 핵심 업무 시스템과 비즈니스 플랫폼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하려한다. 물류, 리테일 뿐 아니라 경영정보·금융·제조 등 많은 분야에서 모든 기술이 확보된 클라우드를 제공하는게 추세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클라우드 전성기도 함께 도래한 셈이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클라우드 사업은 IT인프라를 전환하는 1라운드를 지나 이제 핵심 플랫폼에 서비스를 적용‧활용하는 2라운드에 진입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 고객들이 클라우드 적용 후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삼성 SDS가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고객사의 IT인프라는 물론 업무시스템까지 클라우드로 쉽게 전환‧운영할 수 있는 삼성SDS 클라우드 플랫폼과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기업들은 하나의 클라우드에 종속되기 싫어 다양한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추세다. 그러다보니 여러개의 클라우드가 통합관리 되지 않고, 시스템을 이관하는 마이그레이션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는 등의 문제점이 생겼다.
삼성SDS는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를 한 번에 관리하고 클라우드간 데이터 이동을 쉽게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을 소개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을 적용해 기업고객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업무 시스템을 쉽고 빠르게 개발‧운영하고, 애플리케이션 수정‧배포를 쉽게 해주는 PaaS도 설명했다.
윤심 삼성SDS 부사장은 “클라우드의 OS역할을 하는 PaaS가 없으면 데이터 분석이나 블록체인을 개발할 때 인프라, 서버, 데이터베이스 다 따로 갖다써야 하지만 PaaS는 모아서 한번에 제공하기 때문에 앱 개발할 때 유연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며 “실제 개발환경 구축 시간은 2주에서 1일로 줄었고 프로그램을 빌드해 배포하는 걸 자동화시켜 99.9%라는 높은 가용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인 △컨테이너 △개발과 운영을 병행하는 DevOps △필요 모듈만 변경해 배포하는 모듈형 개발이 적용된 삼성SDS PaaS를 활용하면 고객은 개발 환경 구축을 8일에서 1일로, 애플리케이션 배포는 2주에서 1일로 단축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차량운송관리 회사는 고도화된 클라우드를 적용해 개발환경을 단축시켰을 뿐 아니라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함께 얻었다. 트럭에 작은 디바이스를 붙여 트럭 운행상태를 모아 운행 효율을 분석하던 이 회사는 조금만 앱을 수정하려해도 전체를 바꿔야해서 부담이 컸다. 이에 삼성SDS는 복잡한 앱을 잘게 나눈 모듈형을 개발해 적용시켰고 결과적으로 특징에 따라 클라우드를 쓰기가 쉬워졌다. 필요한 부분만 업데이트 하게 되니 고객 요구사항 반영시간은 21주에서 3.3주로 단축됐다. 이 외에 업무 시스템 컨테이너 전환과 빌드~배포 자동화를 통해 개발 생산성은 84% 향상했다.
홍원표 사장은 "국내 데이터센터를 갖고 운영하는 기업들이 여럿 있는데 삼성SDS는 국내 사업 뿐 아니라 많은 해외에서도 사업을 많이 해서 근본적으로 운영방식이 다르다"며 "지난해 10조원대 매출에 대외사업 14% 정도를 차지했는데 올해 대외사업 비중을 19%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도전적인 목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춘천=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