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100일을 맞았지만 괴롭힘 때문에 신고한 직장인은 10명 중 1명에 그쳤다. 신고 후 돌아올 불이익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10명 중 6명은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달라진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7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84.7%의 직장인은 괴롭힘을 당했지만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64.5%는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달라진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직장 갑질을 경험했는지 묻자 응답자의 69.3%가 그렇다고 답했다. 시행 전과 후로 시기를 나누어 살펴보니 ▲금지법 시행 이전(~7월 16일)은 40.6%, ▲시행 이후(7월 16일~)는 28.7%로 확인됐다.
법 시행 이후 일부에서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던 셈이다. 시행 이후 괴롭힘을 당한 비율은 남성(39.2%)보다는 ▲여성(60.8%)이, 직급별로는 ▲사원(44.7%) ▲대리(21.1%) 순으로, 특히 ▲중소기업(61.6%)이 ▲대기업(16.0%) ▲중견기업(16.5%)에 비해 월등히 높아 격차를 보였다.
괴롭힘 유형 1위에는 ▲’업무과다’(18.3%)가 꼽혔다. 이어서 ▲’욕설,폭언’(16.7%)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전화,이메일,SNS/15.9%) ▲’행사,회식참여 강요’(12.2%) ▲’사적용무,집안일 지시’(8.6%) ▲’따돌림’(6.9%) ▲’업무배제’(6.2%) ▲’성희롱,신체접촉’(5.4%) ▲’기타’(4.2%) 순으로 10위까지가 집계됐다.
반면 이에 대해 신고한 직장인은 15.3%에 그쳤다. 그 중 10.8%는 신고했지만 그마저도 회사에서 반려해 실상 제대로 신고한 직장인은 4.5%에 그쳤다. 나머지 84.7%의 직장인은 괴롭힘을 당했지만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미신고 또는 신고했지만 반려 당한 가장 큰 이유는 ▲’신고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35.1%)였다. 만성적인 직장 갑질의 단면을 드러낸 것. 또한 신고방식이 어렵고(▲’괴롭힘 정황은 있으나 신고할 만한 증거가 없어서’(27.5%) ▲’신고가 어려운 사각지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10.2%)), 신고하고자 한들 회사에서 회피 또는 협박(▲’신고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협박해서’(11.6%) ▲’신고해도 모른 척 회피해서’(11.0%))하고 있었다.
이들은 신고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가장 많이 토로했다. ▲’신고자 개인신상 보호가 필요한 점’(25.2%) ▲’신고처, 즉 회사에 신고하는 점’(17.1%) 등이 그것으로 특히 사업주, 대표가 괴롭힘 주체인 경우 사업장에 정상적인 신고가 가능할 리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외에도 ▲’신고방법 안내, 홍보 부족’(14.2%) ▲’신고대상’(업무 관련 거래처, 고객사 등으로 범위 넓혀야/11.0%) 등의 지적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괴롭힘, 갑질 자체가 줄어드는 기업 문화 조성’(27.4%)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직장인이 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괴롭힘 금지법이 필요 없는 직장일 것”이라며 설문 소감을 전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