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의 사전적 의미는 ‘조심하지 않아 잘 못 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람은 실수를 인식할 경우 반복되는 실수를 막기 위해 평소보다 신중하게 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선임된 금융권 수장들의 ‘말’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조심성이 없는 것인지 실수를 실수로 인식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문재인표 금융권 수장의 말 실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부터 시작된다.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금융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측근이 선임되는 자리다. 이 회장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지냈으며,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친정부 인사이다.
그는 지난달 10일 취임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자들을 불러놓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정부와 상의 없이 ‘사견’이라며 양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내놓는다. 특히 그러면서 “수은 부지가 원래 우리 땅이었다. 다시 찾아와야 할 것 같다”며 산은이 수은을 합병하겠다고 말한다.
이 회장의 발언 직후 정부와 합병 대상으로 거론된 수은은 난리가 났다. 대통령 측근인 이 회장의 발언으로 산은과 수은이 합병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나온 영향이다. 수은 역시 “무책임한 합병설 제기를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는 산은·수은 합병은 이 회장의 사견일 뿐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해명을 내며 급히 사태수습에 나섰다. 결국 이 회장은 “제가 사견을 이야기해 잡음이 있고 부작용이 생겼다”며 사과에 나섰다.
다음으로 말 실수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은 올해 선임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다. 그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만들었다. 은 위원장은 DLF·라임운용 사태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지난 10일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사모펀드 사태는 성장통이다”라는 발언을 내놓아 투자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은 위원장은 DLF·라임운용 피해자들을 두고 한 발언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DLF피해자들은 “은 위원장이 이 같은 망언을 퍼부은 것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권 수장의 ‘말 실수’ 행보에 정점을 찍은 인물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다. 금융권 각종 협회 역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으로, 권 협회장은 지난해 선임됐다. 그의 발언은 언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저급하다.
그는 회사 임직원과 술자리에서 한 직원에게 “너 뭐 잘못했니 얘한테? 너 얘한테 여자를 XXX 인마”라고 하거나 홍보실 직원에게 “잘못되면 (기자를) 죽여 패 버려. 애들이 패는 방법을 선배들이 안 가르쳐줬단 말이야? 니가 기자애들 쥐어 패 버려”라는 등 폭언과 성희롱성 발언을 쏟아냈다.
금융권 수장들의 말 실수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청와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조국사태로 청와대가 금융권에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러한 말 실수들이 모여 결국은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의 ‘단도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로 보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사들의 말 실수로 국민의 근심이 가중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