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상품 중 투자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고위험 상품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예·적금 등 안정적 금융상품을 다루는 은행까지 이런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을 고려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건수 5171건 중 원금 비보장형 상품은 3234건으로 62.5%였다. 원금보장형은 1937건으로 37.5%였다.
전체 DLS 발행 건수 가운데 원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은 2011년 31.7%에서 2017년 70.9%로 6년 만에 2배 이상이 됐다. 이 비중은 지난해 62.5% 다소 줄었지만 올해(3분기 누적 기준)는 다시 74.9%로 커졌다.
또 다른 파생결합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도 마찬가지다.
전체 ELS 발행 건수 중 원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은 2011년 76.3%에서 지난해 90.5%로 커졌고 올해(3분기 누적 기준)도 91.9%로 더 확대됐다.
E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이고 DLS는 그 외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정해진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률이 지급되고 해당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DLS 중 원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커진 것은 저금리와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12년 7월 연 3.35%에서 연 3.00%로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6월에는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췄다. 이후 두 차례 인상과 두 차례 인하를 거치며 기준금리는 이번 달 다시 연 1.25%로 하락했다.
이처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투자자들은 좀 더 나은 수익을 내는 상품을 찾았고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공격적 투자가 가능한 원금 비보장 상품을 만들어 판 것이다. 증권사는 이런 상품을 발행할 때와 판매할 때 각각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우리, 하나 은행 파생결합상품인 DLF·DLS 상품 피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 및 호소문 발표'에서 피해자들이 국정조사를 요구 있다.
하지만 원금 비보장 상품은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대신 그만큼 고위험도 감당해야 한다.
통상 금융투자상품 위험등급은 초고위험(1등급), 고위험(2등급), 중위험(3등급), 저위험(4등급), 초저위험(5등급) 등 5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원금보장형 ELS·DLS 상품은 4~5등급에 속한다.
원금 비보장형 ELS·DLS 상품은 1~2등급에 속하고, 특히 원금이 20% 이상 손실 가능한 상품은 1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시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형 DLS는 투자 원금이 100%까지 깎일 수 있는 그야말로 ‘초초고위험’ 상품이었다. 은행은 이런 ELS·DLS 상품을 펀드에 담아 주가연계펀드(ELF)·DLF 형태로 판매한다.
최근 DLF 사태는 초고위험 상품이 주로 안정추구형 투자자인 은행 고객에게 집중적으로 팔리며 터진 것으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작지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장에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도 필요하고 저위험 저수익 상품도 필요하지만 이번에 초고위험 상품이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에게 은행을 통해 팔리며 문제가 됐다”며 “적금인 줄 알고 가입했다는 고객도 있는 걸 보면 은행들이 소비자 보호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이달 초 공개한 DLF 사태 분쟁조정 사례에도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 투자상품', '손실확률 0%' 등으로 투자자를 속인 경우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은행이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파생결합상품을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 창구 권유로 투자하는 경우 원금보장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지적에 따라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