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e스포츠 산업이 날로 발전하는 가운데, 게임을 보는 정부의 시각은 달라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23일 여성가족부(여가부) 국정감사에서 윤종필 의원은 "청소년의 휴대전화 과의존 문제가 심각하다"며 모바일게임셧다운제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이에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여러 의견을 듣고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답변해 게임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거세지자 여가부는 "현재 모바일게임셧다운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장기적이고 다차원적으로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검토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질의가 오가는 것 자체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눈가리기식 규제만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WHO의 게임 질병 코드 등재 이후 출판된 많은 연구들에선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과몰입에 대한 원인은 게임이 아닌 '학업스트레스', '자기 통제력', '부모양육태도', '문화적인 요인' 등에서 비롯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과몰입을 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 의원은 셧다운제 도입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 단계에 있는 청소년의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과몰입 또는 중독현상을 방지해, 궁극적으로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고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모바일 게임 이용 현황을 볼때 10대 청소년의 대다수가 모바일 게임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으며 또 심야시간에도 이용하고 있다"며 자료를 제시했다. 이어 "기존에 국내 PC게임에만 적용되던 셧다운제를 모바일 게임에 적용할 시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의 '스마트폰 이용행태 보고서(2016년 기준)'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로 사용하는 카테고리는 음악과 동영상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가 40.2%로 가장 높았다. 게임은 그 다음 순위로 28.7%다. 중고등학생 또한 엔터테인먼트가 34.2%, 게임이 17.9%로 게임 이용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SNS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사용이 15.6%로 증가했다고 조사했다.
과다 사용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용량 기준 상위 20%의 학생들도 스마트폰의 이용 시간은 늘어났지만 특별히 게임에 집중하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게임이 청소년의 휴대전화 과몰입 현상의 주 원인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건국대학교 전의준 교수는 지난 4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게임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유독 돋보이는 것이다. 게임을 없애면 SNS, 유튜브 과몰입 등 다른 문제가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스텟슨 대학 심리학과 크리스토퍼 J 퍼거슨 교수도 지난 4월 게임과학포럼이 주최한 제2회 T.A.G 톡 '게임 장애, 원인인가 결과인가'에서 "연구 결과 한국에서 하는 ‘셧다운제도’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며 "셧다운제도를 통해 얻은 효과는 청소년들의 평균 수면 시간을 1.5분 늘려준 것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몰입의 원인을 더이상 게임으로 국한해서 보면 안된다는 시각도 다분하다.
전의준 교수는 "게임 과몰입의 가장 주된 영향은 게임 자체가 아닌 스트레스, 부모의 양육태도 등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하고 있다"며 “가정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증진 시키는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퍼거슨 교수 또한 "과몰입 증상은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 문제에서 비롯된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은 낚시, 운동, 춤과 같은 취미 생활에 과몰입하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즉, 과몰입에 대한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시급하다. 강제적인 규제만을 밀어 붙이면 모바일게임셧다운을 넘어 모바일미디어콘텐츠셧다운 등 또 다른 규제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보호자가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있다. 최근 SKT, KT, LG 등 국내 통신사에서 보호자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셧다운제라는 규제가 없더라도 가족 차원에서 휴대전화 과의존을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