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 수장들이 정부에 ICT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 개선 등을 주문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적극적인 규제혁신과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약속했다.
최 장관은 13일 오후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주요 인터넷 기업 대표들과 83분간 대화를 나누며 민·관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간담회에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 ▲카카오 여민수 대표 ▲위쿡 김기웅 대표 ▲이스트소프트 정상원 대표 ▲다날 최병우 대표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가 참석했다.
올해 국정감사 이후 첫 번째로 열린 이번 간담회는 주요 인터넷기업 대표와 기업 투자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 규제혁신, 민‧관 협력 등 인터넷업계 현안에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최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업계가 신기술 분야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혁신을 선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며 "정부도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 분야에 대규모 예산을 배정하고 인터넷 신산업 분야에 규제혁신을 적극 추진하는 등 업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실장은 83분간 진행된 비공개간담회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문제, 개인정보 보호, 사회적 책임, 공유경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특히 인터넷 업계 대표들은 규제완화와 개발자들의 병역특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한국의 ICT 산업을 이끌 국내 인재들이 해외 기업으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에 남도록 유도하는 개발자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 등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우리나라에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관련 학과의 정원이 너무 적으니 확대해 달라"면서 "실검이나 댓글 관련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나 책임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 장관은 "훌륭한 인재들이 소프트산업에 진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서도 "병역특례문제는 국방부와 협의를 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청하며 '데이터 퍼스트' 전략을 제안했다. 여 대표는 "의도적으로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거나 해킹에 소홀히 대응한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몇배로 벌금을 부과하고 그걸 잘 지키는 기업은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 장관은 "데이터 3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이 정작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의 저촉을 안 받는다"며 "개인정보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경쟁하기 힘들다"고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건의했다.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는 이와 유사한 '클라우드 퍼스트'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해외 기업보다는 한국의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채택해 달라"며 "정부가 먼저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요자가 되어 해외 진출의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공유경제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이에 대한 규제 완화에도 강력 요청했다. 카카오택시, 타다 등 여러 공유 경제 모델들이 시장에 잘 정착하고 있는데, 예측하지 못한 규제가 뒤늦게 생겨 기업에서 많은 부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만 최 장관은 이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기영 장관은 "공유경제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 서비스와 산업과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였으면 좋겠다"며 "공유경제와 기존 산업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