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자 2291명, 사망자 48명 보고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서 폐손상을 유발하는 물질이 검출돼 보건당국이 제품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월 23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국내 유통되는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을 대상으로 대마유래성분(THC : TetraHydroCannabinol), 비타민E아세테이트, 가향물질 3종(디아세틸, 아세토인, 2,3-펜탄디온) 등 7개 성분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대마유래성분(THC)는 모든 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마약의 일종인 대마사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THC는 기도 및 기관지 손상, 폐렴 유발, 급성 및 만성 기관지염 발생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THC가 함유된 대마유를 전자담배 기기를 이용해 흡입하게 되면, 피우는 대마초보다 다량의 THC를 흡입할 수 있다. 대마초 특유의 냄새도 적어서 미국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총 13개 제품에서 0.1∼8.4ppm(mg/kg)의 범위로 검출됐으며, 담배의 경우 2개 제품에서 각각 0.1ppm, 0.8ppm, 유사담배의 경우 11개 제품에서 0.1∼8.4ppm이 검출됐다.
이 검출량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검사 결과와 비교 시 매우 적은 양이다. 지난 12월 5일 발표된 FDA의 예비 검사 결과에서는 THC 검출제품 중 49%에서 비타민E아세테이트를 희석제로 사용했고, 검출농도는 23∼88%(23만∼88만ppm)수준이었다. 이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THC에 비해 저가이지만 점도가 비슷해 혼합 시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 THC의 증량 및 희석을 위해 혼합하여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식품첨가물(영양강화제, 산화방지제) 및 화장품 원료 등으로 사용되는 성분인데, 섭취시에는 유해하지 않은 편이나, 전자담배를 통해 흡입하면 오일성분이 폐내부에 축적되어 급성 지질성 폐렴 유발 가능성이 있다.
가향물질 3종에 대해서는 43개 제품에서 1종 이상의 가향물질이, 6개 제품에서는 3종의 가향물질이 동시에 검출됐다.
FDA는 디아세틸, 아세토인을 흡입시 폐질환 가능 성분으로 경고하고 있으며, 영국은 유럽연합(EU) 담배관리지침(Tobacco Product Directive2014/40/EU)에 따라 디아세틸, 2,3-펜탄디온을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디아세틸은 29개 제품에서 0.3∼115.0ppm, 아세토인은 30개 제품에서 0.8∼840.0ppm, 2,3-펜탄디온은 9개 제품에서 0.3∼190.3ppm 검출됐다. 다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대부분 향을 포함하고 있어, 미검출 제품들도 다른 가향물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폐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는 다른 가향물질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요구된다.
액상형 전자담배 구성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로필렌글리콜(PG)과 글리세린(VG)은 담배와 유사담배의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
각각의 검출 범위는 14.5∼64.4%, 15.7∼68.9%였고, 두 성분의 혼합비율은 PG:VG = 17.7% : 82.3% ∼ 80.2 : 19.8%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두 성분의 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액상의 55.9∼92.0%였다.
지금까지는 두 성분에 대해 명확한 유해성이 보고되지 않았으나, 추가 연구를 통해 인체 유해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12월 3일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자 2291명, 사망자 48명이 보고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폐손상자의 생체시료 표본 29종 모두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된 후 이를 유력한 폐손상 의심물질로 보고 있다. 현재 원인 규명 중으로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규명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특히 THC 함유 제품의 사용을 자제”토록 하는 기존의 권고 내용은 유지하고 있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Should not be added to)을 권고문에 추가했다.
일부 지방정부는 ‘대마제품’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 사용 금지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나, 전자담배 제조자에 대한 FDA의 비타민E 아세테이트 사용 금지 조치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임상, 역학, 금연정책 등 관련분야 전문가 자문 및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 회의를 12일 개최하고, 현재 폐손상 원인물질이 확정되지 않은 점, 추가 인체유해성 연구가 진행 중인 점, 미국의 조치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 조치를 인체 유해성 연구가 발표(2020년 상반기) 되기 전까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또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폐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고, CDC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부득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경우 ‘임의로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과,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혼입된 액상형 전자담배가 제조·수입·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히 품질관리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미국 등 외국의 조치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추가적인 유해성분 분석과 함께 폐손상 사례 감시 및 인체유해성 연구를 차질 없이 추진하여 액상형 전자담배의 선제적 안전관리 조치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식약처는 내년 상반기에 직접 인체에 흡입돼 영향을 주는 배출물(기체성분)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을 추진한다. 이번에 액상에서 검출된 비타민E 아세테이트, 3종 가향물질, 프로필렌글리콜 및 글리세린 등 6개 성분과 니코틴, 카르보닐류 6종, 담배특이니트로사민류 2종 등 9개 주요 유해성분을 대상으로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폐손상 연관성 조사를 위해 국내 사례 조사감시와 폐손상 유발 의심물질인 비타민E 아세테이트 및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의 폐손상 유발 여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조사감시 및 연구결과를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또 국회에서 검토 중인 담배의 정의 확대 법안, 담배 성분 제출 의무화 법안, 가향물질 첨가 금지 법안 등 담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핵심 법안들의 의결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분석은 THC의 경우 미국 FDA에서 발표한 논문의 분석방법을 활용했고,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 논문 등을 검토해 자체적으로 최적의 분석방법을 확립하고 분석에 적용했다.
3종 가향물질은 식약처에서 2019년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분석방법을, 프로필렌글리콜 및 글리세린은 2017년에 연구용역에서 확립한 방법을 적용해 분석했다.
이번에 사용한 분석방법과 분석결과에 대해서는 분석화학, 환경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시험분석평가위원회’의 검증 절차를 거쳐 타당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 반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식약처 성분분석 결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 가향물질 등 국내 유통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민들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성분분석 및 인체 유해성 연구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담배 정의 확대·담배 성분제출 의무화 등 담배제품 안전관리를 위한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