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가총액(주택 기준)의 규모(약 4709조원)가 GDP(국내총생산)를 넘을 만큼 엄청난 시장을 이루고 있으나 정작 대규모 디벨로퍼(시행사)는 많지 않다.
국내의 경우 일본 미쓰이 부동산과 미국의 ‘트럼프그룹’과 같은 대형 시행사가 주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10인 이하의 소규모 시행사나 건설사나 금융사가 직접 출자한 시행사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시공사나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보장하는 행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시공사들도 디벨로퍼로서 기능을 확대하는 등 시행사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 이 가운데 신영과 피데스개발은 국내 굴지의 부동산 디벨로퍼로 꼽히는 기업이다. 두 회사 모두 급격한 외형 성장을 이루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고전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다시 재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약하고 있는 중이다.
◆ 닮은 듯 다른 시행사, 정춘보 회장 카리스마 vs 대우건설 OB출신 저력
부동산 1세대 디벨로퍼 신영은 ‘한국의 이와사 히로미치’로 불리는 정춘보 회장의 과감한 사업 확장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정 회장은 1984년 소규모 빌라를 지어 분양하는 ‘집장사’부터 시작해 2010년 중반 연 매출 1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신영그룹은 신영건설, 신영에셋, 대농, 신영대농개발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부동산 그룹이다.
신영그룹이 이처럼 성장한 까닭은 정춘보 회장의 과감한 도전이 한 몫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공무원직을 관두고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것은 부동산 사업이 큰 ‘잿팟’이 될 것이라는 ‘촉’ 때문이었다.
실제 신영은 감사보고서가 처음 나온 1999년 매출 약 784억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 말(연결 감사보고서 기준)에는 약 9427억원을 달성하는 등 10년 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피데스개발도 급격한 매출 성장세로 주력 디벨로퍼로 자리매김한 기업이다. 지난 2004년 대우건설 주택사업부 출신 김건희 회장과 김승배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사업 1년 차에는 매출 14억원에 불과했으나 5년이 지난 2010년 말에는 약 15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주거 트랜드를 꾸준하게 연구한 사업 방향성이 적중한 것이다. 실제 피데스개발은 국내 디벨로퍼 가운데 자체적인 R&D(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매년 꾸준히 주거 트렌드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글로벌금융위기·사업 지연으로 한때 고난도
두 회사가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금융위기와 사업지연까지 겹치며 가혹한 시련도 겪어야 했다. 신영그룹은 지난 2007년 분양된 주상복합 아파트 ‘청주 신영지웰시티’ 사업이 고분양가((3.3㎡당 1139만원, 당시 주변 시세 3.3㎡당 약 500만원)로 인해 대거 미분양 사태를 겪었고, 금융위기 여파까지 겹치면서 한때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 2011년 말 기준 신영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97억9319만원을 기록했고 자본잠식 상황은 2013년 말까지 3년간 지속된 바 있다.
피데스개발도 2006년부터 추진했던 경기 평택 용죽지구 사업이 지체되고 글로벌금융위기까지 맞으면서 자본잠식을 겪기도 했다. 2008년 말 기준 피데스개발은 대규모 순손실(227억9975만원)을 내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93억3905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고, 이 같은 흐름은 2016년 말까지 지속됐다.
◆ 재무건전성 회복, 활발한 사업으로 부활
두 기업 모두 재무건전성은 완전히 회복한 상태다. 신영그룹은 지난 2015년 800%에 달하던 부채율이 이듬해 자본확충으로 인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신영은 올해 7월에 분양한 서울시 여의도 옛 MBC 부지에 들어서는 랜드마크 복합단지 내 49층 규모의 랜드마크형 오피스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아파트 분양은 HUG(주택보증공사)와 분양가 조정 문제로 후분양으로 전환됐다.
피데스개발도 한때 지체됐던 평택 용죽지구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자본잠식을 벗어났다. 피데스개발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143억8608만원으로 수년 간 마이너스(-)였던 자기자본 상태가 플러스(+)로 들어섰다. 분양 관계자는 “수년 전 추진했던 분양사업이 입주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데스개발은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 초 분양한 ‘힐스테이트 범계역’을 비롯해 힐스테이트 삼송, 방학역 모비우스 스퀘어 상가 분양 등에도 시행사로 참여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힐스테이트 삼송역(현대건설 시공)은 입주 예정자들과 부실시공 문제로 대립해 논란이 됐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