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제도 개선하고, 문제 제품 행정처분”
임상적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이하 의료식품)로 등록하고 특정 질환의 치료 효과가 있다며 광고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감사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식품의 식품규격기준’이 부적정하게 개정됨에 따라 어떠한 검증 절차 없이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의료식품이 제조되고 있다고 ‘특수의료용도등식품 관련 감사제보사항’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는 한독의 의료식품인 ‘수버네이드’(Souvenaid)에 대한 바른의료연구소의 제보 감사 결과다. 연구소는 수버네이드가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는데, 관련 규제나 처분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의료식품은 정상적으로 섭취, 소화, 흡수 또는 대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거나 손상된 환자, 질병이나 임상적 상태로 인해 일반인과 생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가진 사람의 식사를 대신할 목적으로 제조·가공된 식품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다양한 의료식품이 유통될 수 있게 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016년 ‘특정질환과 관련된 의료식품의 식품규격기준’을 개정하고, ‘당뇨환자용 식품 등’ 6개 유형의 의료식품을 질환 등의 구분 없이 ‘환자용 식품’으로 통합했다.
또 해당 유형의 제조·가공기준은 존치하되 ‘특정환자에게 적합하도록 의사 등과 상의해 환자맞춤형으로 제조·가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추가했다. 즉, 의료식품 제조업자가 업체 자율로 의사 등과 상의하기만 하면 임상적 유효성 충족 여부 등에 대한 검증 없이 기존 및 신규 의료식품을 제조·출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제조·가공기준에 따라 제조된 제품과, 업체 자율로 판단해 기준과 달리 제조된 제품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됐다”면서 “특히 기존 의료식품 유형에 없던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의료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질환이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필요로 하는 질환인지 여부가 먼저 확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검증 절차도 마련하지 않은 채 업체 자율로 판단하도록 하고,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료식품을 제조·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꼬집었다.
또 “식품표시기준 개정으로 임상적 유효성 등을 알 수 없는 제품은 물론, 의료식품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인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료식품까지 ‘질병명, 장애 등’을 표시해 광고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로 인해 ‘수버네이드’가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영양공급을 위한 특수의료용도등식품으로 표시·광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치매가 일반인과 생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의료식품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이 아님을 공식화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거나 부족한 의료식품이 특정질환명을 표시한 채 정상적인 섭취능력이 제한된 환자 등에게 사용되면, 영양불량으로 인한 질병의 이환율 및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식약처는 의료식품의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에 한해 임상적 유효성 등 과학적 검증을 통한 식약처 심사를 거쳐 출시된 제품에만 관련 질환명을 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식약처는 감사원 지적에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심사 등을 통해 질환별 영양요구에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조·가공 및 관련 질환명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며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제도 개선을 위한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수버네이드’의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의 명확한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영양성분 섭취를 통해 이를 치료할 수 있다고 광고했기 때문에 자율심의위원회 등으로부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판정을 받았다”며 “식약처는 해당 건에 대한 행정처분 등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