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BK금융그룹의 주력사 기업은행에서 신임 은행장이 낙점되면서 인사 개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 자회사 IBK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역임하고 있는 김영규 사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른바 ‘고졸출신’에서 CEO(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인물로 그동안 꾸준히 인사 하마평에 거론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적만 놓고 본다면 김영규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모회사 IBK기업은행에서 은행장이 물갈이 되고 대대적 인사 개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직까지 그의 연임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영규 사장이 취임한 부터 지난해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4분기 추정 순이익이 전년 보다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4분기 실적까지 포함하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지난해 보다 순이익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영업이익 764억원, 순이익 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07%, 61.01% 증가했다.
실적 호조에 가장 영향을 미친 곳은 2년 전 신설된 구조화사업 부문에서의 성과다. 김영규 사장은 지난 2018년 초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단행해 구조화와 부동산금융 업무를 전담할 ‘구조화사업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IB(기업금융) 부문은 ECM(주식발행시장), DCM(채권자본시장) 업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조직 개편 이후 신설된 구조화사업 부문은 회사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구조화사업부문은 IBK투자증권 부서 가운데 가장 많은 수수료수익을 거뒀다. IBK투자증권 구조화사업부문은 2019년 3분기(누적 기준) 총 482억1735만원에 달하는 순수수료수익을 내 전체 순수수료 수익(930억6150만원)에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실제 IBK투자증권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IBK투자증권은 지난해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1310번지 일대에 생활형숙박시설 신축사업 PF주선도 참여했다. IBK투자증권은 SPC(특수목적법인) ‘아이비둔산제일차’를 설립해 시행사 역할을 담당하는 ‘우리세상’에 약 60억원에 달하는 대출채권을 조달한다. IBK투자증권이 세운 SPC는 60억 원의 대출을 실행하기 위하기 위해 ABSTB(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다.
또한 IBK투자증권은 그동안 사업성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왔던 오산 세마지구 개발사업(6250가구 규모)에도 자금조달을 담당했다. 이 사업에는 대림산업이 시공과 지분 출자(19%), 유안타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시행사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각각 1000억원, 1100억원의 대출채권을 조달한다.
이처럼 실적만 놓고 본다면 김영규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자신을 대표이사로 추천한 김도진 행장의 연임이 물 건너간 것이다. 김도진 전 행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으로 낙점된 인물이다. 현재 경제관료 출신인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새로운 은행장으로 낙점됐지만 현재 기업은행 노조에 반발에 막혀 출근조차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존 은행 출신이 아닌 정부와 관련된 인물이 내정된 것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때문에 현재 기업은행 내부 인사 개편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윤종원 새 은행장이 기업은행장으로 낙점되기 이전 기업은행 내부 후보로는 임상현 전무와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은행(IBK기업은행) 내부의 인사 개편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김영규 사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우리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성적표는 좋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대표이사였던 신성호·조강래 전 IBK투자증권 사장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김영규 사장은 그간 IBK기업은행장,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자 등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규 대표는 고졸 출신으로 지난 1979년 IBK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2013년 기업고객본부, 2015년 투자금융(IB)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다. 실제 기업은행은 그동안 서형근ㆍ김영규 부행장, 안홍렬 IBK자산운용 사장 등 고졸 출신 부행장을 다수 배출해냈다.
그는 지난 2017년 12월 IBK투자증권 사장으로 낙점됐다. 당시 IBK투자증권 내 최초로 은행 출신이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로 선임돼 찬반양론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당시 김영규 대표이사 선임은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이 주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