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흔히 발생하는 ‘입덧’ 증상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신 중에 발생하는 입덧도 질병 처리 및 보험 적용이 돼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임신 12주차인 산모로, 심한 입덧으로 인해 3주째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흔히들 ‘입덧’이라 하면, 임신하면 으레 겪는 일이라고들 이야기 한다”라며 “사람마다 체질이 각기 다르기에, 누군가는 조금 미식거리다가 지나가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밥도 못 먹고 토하고, 누군가는 1~2달 고생하지만 누군가는 10달 내내 고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나처럼 한 달 내내 밥을 안 먹어도 토하다가 결국엔 위액과 담즙, 피까지 토하는 등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기도 한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입덧 초기에는 ‘입덧약’을 처방받았다. 이 역시 비보험이라서 약값이 비싸다”라면서 “그래도 처음 2주간은 약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임신 8주차가 넘어가면서부터 먹은 알약을 그대로 토했다. 물만 마셔도 토하는, 정말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라고 호소했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입덧약은 ‘디클렉틴’(피리독신+독실아민)으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이다. 1일 최대 용량을 한 달간 복용하면 평균 20만원 안팎의 약값이 발생한다.
청원자는 “먹은 게 없어도 위액과 피를 토하는 상태가 되자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급히 관두어야 했고, 집에서도 구토를 반복했다. 나중에는 화장실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 등 일상생활 자체를 영위할 수 없게 됐다”라면서 특히, 입덧으로 인한 약, 수액, 입원치료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실제로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짧은 입‧퇴원을 반복하는 산모들이 많다”며 “본인도 처음엔 짧은 입퇴원을 반복했다. 하지만 장기입원을 하지 않으면 내 목숨과 태아의 목숨이 위험할 정도가 되어 장기입원 중이다”라고 전했다.
청원자는 ‘입덧’을 임신 후 발생하는 당연한 증상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입덧 때문에 산모의 생명에 위험이 생겨서 임신중절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치료들로 인해 출산 전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건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엽산이 몸에 맞지 않아 복용하지 못하는 산모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 저출산과 관련해 많은 예산을 쓴다고 한다. 임신만 장려한다고 될 것이 아니다. 이미 임신한 산모가 10개월 동안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뱃속에 생명체를 둔 상태로 10개월을 견뎌내는 것은 여자 혼자 버텨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러기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입덧과 관련한 비용을 보험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입덧’으로 인해 산모가 사망할 수 있다는 청원자의 주장은 절대 ‘거짓’이 아니다. 실제로 구역감만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피를 토하거나 수개월간 음식섭취를 못해 우울증이 동반되기는 사례가 발생한다. 심각한 상황의 경우 임신중절을 시행할 수밖에 없고, 입덧약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산모마다 다르다.
이정아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사람마다 입덧 증상이 다르다. 구토하는 분들은 속쓰림, 위산역류 증상이 나타난다. 피를 토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음식도 못 먹고 이러한 증상이 동반되니 당연히 체중감소, 저혈량 등이 따라온다. 우울증도 같이 오고, 더 드시는 분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외래 치료가 가능할 경우에는 우선 식사시간을 조정하거나 양을 조절하도록 한다. 그게 안 되면 입덧약을 추가하는데 효과가 없는 산모들도 많다”라면서 “심하면 항구토제와 영양수액을 주사한다. 정말 산모의 목숨이 위험해서 임신중절을 한 분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덧도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질병이라고 생각했고, 질병코드도 있다”며 “일부를 제외하고는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입덧’의 질병코드는 O21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입덧 치료시 투여되는 약제가 모두 비급여는 아니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사용되는 약의 허가사항, 인정기준에 따라 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