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해 지금부터 '공중보건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비전과 목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미래 질병 대응에는 보건정책뿐 아니라 다부처 협력과 융·복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은 11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미래 질병 대응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74호'를 발간하고 이같이 강조했다.
채 센터장은 국제기구나 국내외 전문가가 코로나19에 대해 각기 다르게 전망하는 것을 언급하며 "코로나19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염병으로, 그것을 정의하고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앞으로 발생할 질병에 대한 대비를 차분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강하게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킨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팬데믹'으로 정의하지 않았고, 일부 전문가들은 팬데믹은 질병이 얼마나 중증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넓게 퍼지는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현 상황이 팬데믹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이견을 보였다.
특히 채 센터장은 미래 질병이 먼 미래에 발생할 새로운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는 건강 이슈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 어딘가에서 발생하는 건강 위협이 어디에서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보건정책 과제에 대비하고 있다고 채 센터장은 전했다.
CDC가 말하는 새로운 보건정책 문제에는 식품 및 의약품 생산, 여행으로 인한 해외 이동, 더 빈번하고 심각해지는 기상현상, 지속적인 인구 증가, 에볼라, 신종인플루엔자 등 이전에는 보지 못했으나 곳곳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유행,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이 포함돼 있다.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의 공중보건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공중보건청(PHE)을 설립해 전국가적 건강 위협, 감염병, 환경 위해 요인에 대응하고 있다. PHE는 중앙정부(보건부)의 집행 기관으로서 보건부에 근거 기반의 정보를 제공하며, 전문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지방정부에 필요한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국민 건강 증진, 공정한 사회 실현, 공공안전보호, 공중보건체계 강화라는 4개 목표하에 우선적인 보건정책 전략 10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또한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변화에 관심을 갖고, 특히 미래 질병과 관련해 ▲초저출산 및 인구고령화 가속 ▲신종 감염병 및 재출현 감염병의 국내 유입과 유행 ▲기후변화·미세먼지 등 환경보건 부문의 건강 피해 증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보건의료 분야 등 4가지 영역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안 중심의 정책 과제 발굴을 탈피하고 공중보건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비전과 목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 센터장은 "눈앞에 처한 문제 중심으로 과제를 발굴하고 대응하는 방식은 미래의 새로운 건강 위협을 인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래 대비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며 "정책 당국, 전문가, 국민이 공감하는 보건정책의 비전을 설정하고 한계를 점검하여, 미래 질병 이슈를 발굴하고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 질병 문제는 보건 당국뿐 아니라 경제, 외교,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부문과의 연계·협력을 요한다. 미래 질병 대응에는 보건정책뿐 아니라 다부처 협력과 융·복합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보건정책 분야 전문가와 질병관리본부 관계 부서에서는 공중보건정책의 우선순위 비전으로서 건강 문제 대응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리더십과 다부처 협력 강화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중보건정책의 비전을 세우고 미래 질병 어젠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건 당국의 역할을 지지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정책에서 건강을 실현하기 위해 데이터를 생산, 분석, 연구하여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위 있는 정보가 생산돼야 하며, 이것이 국가와 지역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소통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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