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중 봄철 유행성 질환도 스멀스멀

코로나19 확산 중 봄철 유행성 질환도 스멀스멀

식중독‧패류독소, 진드기 매개 및 알레르기 질환 늘어

기사승인 2020-03-31 04:00:0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계절이 바뀌면서 봄철 유행하는 감염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식품을 매개로 한 감염병 발병이 증가한다. 특히 3~5월에는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식중독이 많이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3년~2017년 퍼프린젠스 식중독 발생현황을 보면, 전체 환자의 55.6%가 봄철에 발생했다.

이 균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잘 자라는 세균으로, 75도 이상에서 균과 독소는 파괴되나 내열성 포자(균들의 씨앗)가 있어 가열‧조리 후 장시간 실온에 방치하면 포자가 다시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단체 급식소에서 음식을 대량으로 조리한 후 상온에서 장시간 보관했다가 섭취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퍼프린젠스 식중독은 사람 사이에서 전염되지 않고 통상적으로 복통과 설사 등 가벼운 증상 후 자연 치유 되지만, 영아와 노인에게는 탈수 등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육류 등 식품은 완전히 익혀서 섭취하고, 조리된 음식은 가능한 2시간 이내에 먹어야 한다.

 

대량 보관할 땐 공기가 없어져 세균이 더 잘 자라기 때문에 음식을 소량으로 나누어 보관하는 게 좋고, 보관된 음식은 섭취 전 75도 이상으로 재가열해야 한다. 조리 후 남은 음식도 상온에 두지 말고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조개류 섭취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주로 해수 온도가 15~17도로 오르기 시작하는 3월부터 ‘패류독소’ 발생률이 최고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패류독소는 독성이 있는 플랑크톤을 먹이로 섭취한 조개류를 사람이 섭취했을 때 중독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종류로는 마비성 패독, 설사성 패독, 기억상실성 패독, 신경성 패독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비성 패독’ 발생이 많다.

마비성 패독은 섭취 후 30분 이내 입술주위 마비에 이어 점차 얼굴, 목 주변으로 퍼지면서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수반하고, 심한 경우 근육마비, 호흡곤란으로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패류독소는 냉장, 동결 등의 저온에서도 가열‧조리해도 잘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허용기준 이상 패류독소가 검출된 해역에서 패류를 채취하거나 섭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3~6월 사이에는 직접 조개나 굴, 홍합 등을 채취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또 올해는 예년보다 3~4개월 빨리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신고됨에 따라 어패류 섭취에 주의를 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남 영광군, 제주시 산지천 해수에서 올해 처음으로 비브리오패혈증균가 분리되고, 올해 비브리오패혈증 첫 확진환자가 신고됐다.

비브리오패혈증은 간 질환자, 알콜중독자,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서 주로 발생하며, 치사율이 5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어패류를 충분히 익혀먹는 등 예방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3~4월부터는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진드기를 매개로 한 쯔쯔가무시증 발병도 늘어난다. 지난 5년간 통계를 보면, ▲2015년 2월 18명에서 3월 34명, 4월 35명, 5월 51명 ▲2016년 2월 68명, 3월 60명, 4월 101명, 5월 191명 ▲2017년 2월 24명, 3월 32명, 4월 81명, 5월 162명 ▲2018년 2월 41명, 3월 65명, 4월 169명, 5월 296명 ▲2019년 2월 33명, 3월 46명, 4월 73명, 5월 112명으로 봄철환자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쯔쯔가무시증은 백신이 없고 한 번 병을 앓고 난 이후에도 재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 증상으로는 발열, 오한, 두통 등이 나타나는데, 이때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경우 대부분 별 문제가 없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뇌수막염, 뇌염 등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진드기에 물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풀밭 위에 앉거나 눕지 말아야 한다. 또한 야외활동을 할 때는 팔 다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긴 소매를 입고 옷은 풀밭에 벗어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세탁하는 것이 좋고, 샤워를 하고 몸 구석구석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모기’도 조심해야 한다. 현재는 제주, 전남지역에서 올해 첫 번째로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채집되면서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작은빨간집모기’는 논이나 동물축사, 웅덩이 등에 서식하는 암갈색의 소형 모기로, 주로 야간에 흡혈 활동을 한다.

일본뇌염 주의보는 매년 3월~11월 일본뇌염 유행예측 사업에서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처음 채집됐을 때 발령하는데, 올해 주의보 발령은 작년에 비해 2주 정도 빨라졌다. 이는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채집된 제주, 부산, 전남 등 남부지역의 1~2월 평균기온이 평년대비 2.3~2.6℃ 상승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린 경우 99% 이상이 무증상 또는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일본뇌염 환자의 250명 중 1명에서 치명적인 급성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이중 20~30%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일본뇌염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접종과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봄에는 알레르기성 질환 발생도 늘어난다. 대표적으로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황사와 꽃가루가 많이 발생하는 봄·가을철에 진료인원이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특히 4월에 진료인원이 급격히 증가했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을 감싸고 있는 결막에 알레르기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조기에는 알레르기 치료제와 인공눈물 등으로 1~2주 내에 해결할 수 있지만 눈을 자꾸 만지거나 비비고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와 함께 선글라스, 고글, 보호안경 등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콘택트렌즈에 흡착된 미세먼지는 점막을 통해 흡수돼 알레르기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므로 가급적 렌즈대신 안경을 쓰는 게 좋다.

이와 함께 4~6월에는 수두 환자도 늘어난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수두 환자는 ▲2017년 3월 3948명, 4월 6231명, 5월 9288명 ▲2018년 3월 4283명, 4월 7323명, 5월 1만2875명 ▲2019년 3월 4679명, 4월 6999명, 5월 9254명으로 집계됐다. 

수두 바이러스는 호흡기 분비물(기침, 재채기, 침)이 공기 중에 전파되거나 수포성 피부병변에 직접 접촉하며 감염되고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이다.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유행성 질환이나 일반적으로 10세 이하 아동에게 많이 나타나며, 특히 국내에서는 4~6세 소아에게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수두는 한번 앓으면 평생 면역을 획득하지만, 발병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백신 접종으로 완벽에 가깝게 예방 가능하다. 수두를 앓은 적이 없거나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소아는 필수적으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생후 12∼15개월 유아는 백신을 1회 무료로 접종 가능하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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