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내리고 있지만, 오히려 몇몇 저축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31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 전체 평균 예금금리(만기 12개월)는 1.89%로, 기준금리가 떨어졌던 17일(1.90%)과 비교하면 0.01%p밖에 내려가지 않았다. 반면 현재 시중은행 12개월 만기 예금금리 평균치는 1.20%로,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가장 높은 예금금리는 1.65%다.
오히려 ‘제로금리’ 시대에 정기예금 금리를 올린다고 나서는 저축은행들도 있다. 0.1% 금리에 예민한 ‘금리 노마드 족’ 이탈 등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을 우려해서다.
OK저축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 인하 이전 1.8%를 제공하던 정기예금금리(12개월 만기)를 2.1%로 0.3%p 올렸으며, 유진저축은행도 기존 1.8%였던 비대면 정기예금 금리를 0.2%p 올려 2%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SBI저축은행도 30일 1.7% 금리를 제공하던 정기예금 금리를 0.3%p 인상을 단행하며 적극적인 고객유치에 나섰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SBI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타 저축은행보다 낮았지만, 금리 인상으로 경쟁사와 비슷한 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금리인상을 통해 기존 예금 예치 고객들을 유지시키고, 신규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예·적금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리 노마드족’들이 주 거래고객인 저축은행 업권 특성상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고객들의 이탈이 타 업권 대비 크기 때문에 금리 인하 결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커버드본드 발행 등 예·적금 이외의 방법을 통해 예수금을 확보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예·적금 유치 등 고객 영업으로 예수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크게 내려가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유지하거나 올린다면 시중은행 고객들도 끌어들이고,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막는 두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중은행 금리를 따라가는 저축은행 업권 특성상 금리인하 기조가 지속될 경우 결국 저축은행들도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예금 금리가 낮아진다면 2개월 뒤부터 하락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금금리 유지가 코로나19와도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을 따라 예·적금 금리를 조금씩 낮춰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전반적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예금금리를 올리거나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고, 저축은행의 유동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올해 저축은행 업권 전반적인 목표가 ‘리스크 관리’인 만큼, 고객 충성도 확보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당분간은 예금 금리를 쉽게 내릴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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