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 vs 딜라이브 매물 경쟁구도...케이블TV 합종연횡 '진행형'

현대HCN vs 딜라이브 매물 경쟁구도...케이블TV 합종연횡 '진행형'

SK텔레콤과 KT, 누구의 품에 안길지 관심사

기사승인 2020-04-01 04:30:00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달 30일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SO) 계열사인 현대HCN 물적분할하며 매각 추진 검토를 공식화했다. 통신과 방송이 결합하는 미디어 융합 시대에 현대HCN도 케이블TV만의 독자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현대HCN이 매각 검토 소식에 앞서 2015년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KT와 SK브로드밴드 등 인수의향자들의 의중에 따라 통신사들의 IPTV(인터넷TV)와 케이블TV 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HCN은 30일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떼어내 종속법인인 현대퓨처넷과 신설법인인 현대에이치씨엔으로 분할했다. 지분 매각을 추진하며 4월중 경쟁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SO, 8개)을 확보하고 있다. 또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약 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케이블TV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 창출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케이블TV중에서도 '알짜'로 꼽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시장 구도가 통신사업자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송·통신 사업부문 분할 및 매각 추진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HCN이 매물로 나옴에 따라 이미 통신사업자들과 접촉하며 의중을 협상해 왔던 딜라이브와 경쟁구도에 접어들게 됐다. 이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케이블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KT와 SK텔레콤이 매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케이블TV 1위인 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에, 2위인 티브로드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에 넘어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TV업계 3위인 딜라이브는 이미 KT와 수차례 매각협상을 한 바 있다. 현대HCN도 SK브로드밴드와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격 협상에 따라 다른 주인을 맞을 수도 있어 변수가 커졌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케이블TV(SO) 가입자 수는 헬로비전 405만명(12.28%), 티브로드 308만명(9.33%), 딜라이브 201만명(6.09%), CMB 156만명(4.73%), 현대HCN 134만명(4.07%), 나머지 개별 SO(5.05%)수준이다. 

따라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확보와 시청자수 확대를 위해서 현대HCN 인수가 매력적이다. 우선 현대HCN의 경쟁력으로 수익성이 꼽힌다. 또한 딜라이브와의 점유율 차이가 2%포인트로 큰 격차는 아니라는 점도 매수에 긍정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현대HCN은 현대백화점의 자회사이므로 현대백화점의 직관적인 의중으로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반면 딜라이브는 우선 점유율에서 앞서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20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딜라이브 채권단의 가격 협상은 큰 변수다. 황창규 전 KT 회장이 딜라이브에 60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제안했지만 딜라이브 채권단은 1조원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거절한 바 있다. 

KT는 케이블TV의 시너지 효과를 따지며 급하지 않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KT의 경우 한 사업자가 위성방송 케이블TV와 IPTV를 합친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변수다. 이 규제는 일몰됐지만 존폐 여부와 관련해 아직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갑작스러운 케이블TV와 IPTV 등의 합종연횡 분위기에서 경쟁사들의 위협적인 몸집 불리기에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매물로 나온 현대HCN에도 주의 깊게 살필수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구현모 사장이 취임하면서 현대HCN을 품는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를 보유한 SK텔레콤도 추가 합병을 적극 탐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합병해도 3위가 되는 만큼 1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가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대HCN과 협상을 진행했다는 업계의 이야기도 들린다.

현재 기업별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KT가 KT 스카이라이프와 합쳐 31.31%,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은 24.72%,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24.03%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는 현대HCN이나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점유율 늘리면서 2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분명한 것은 올해가 케이블TV업계 판도를 가르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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