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마스크 대란’이 5부제 시행 한 달 만에 진화된 모양새다. 일선 약국들은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정부는 긴장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5일 서울 용산구의 A약국은 한산했다. 이 약국의 공적 마스크 판매 개시 시간은 오후 2시다. 기자가 약국에 방문한 시간은 2시30분, 약사는 무릎보호대를 찾는 손님을 의자에 앉혀놓고 보호대의 종류와 사이즈를 설명하고 있었다.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고자 줄을 선 사람들은 없었다. 마스크 재고를 묻자 약사는 “신분증만 있으면 어느 시간대라도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 용산구의 B약국은 공적 마스크를 ‘여유롭게’ 완판했다. 약사는 "2주 전까지만 해도 1시간 만에 공적 마스크가 품절됐는데, 이번 주는 품절까지 통상 3~4시간이 걸렸다"며 “3월 내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위한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달부터는 혼자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가처럼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위치한 약국들은 마스크가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KF마스크의 공급량이 늘어나며 약국도 일견 평화로운 주말을 되찾는 듯 보였다. 공적 마스크 개념은 지난 2월28일 조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KF마스크의 생산·유통을 일임하면서 도입됐다. 당시 공적 판매처로 공급된 마스크는 총 501만장이었다. 이 수치는 점차 늘어 5부제가 도입된 전달 9일에는 총 701만9000개가 공급됐다. 5부제 2주 차인 23일에는 826만9000개, 25일에는 1045만4000개가 공급돼, 본격적으로 공적 마스크 1000만장 국면에 들어섰다. 이후 공적 마스크 공급량은 1000만장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5부제의 정착으로 시민들에게 마스크 분배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것도 한 이유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기획팀장은 “회원 약사들 사이에서는 5부제로 인한 업무 과중이나 혼란이 많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이제 약국을 찾은 시민들도 5부제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 특별한 마찰 없이 원활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 안정화에 따라 마스크 5부제가 완화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출생연도와 관계없이 주 1회 구매할 수 있도록 요일 규정을 폐지하거나,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3~4개까지 늘리자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일선 약사들 사이에서 마스크 관련 규제를 점진적으로 이완하는 방안이 의논되고 있다”며 “대구·경북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지역은 아직까지 마스크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오히려 재고가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중심으로 매일 주문했던 공적 마스크를 이틀에 한 번 주문하는 약국들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급한 불은 껐지만, 마스크 대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 양진영 차장은 “업체의 적극 협조로 마스크 5부제가 정착됐고, 국민들의 마스크 구매도 수월해지고 있다”면서도 “마스크 관련 제한을 완화하는 논의를 하기에는 이르다”며 “정부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마스크 생산을 더욱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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