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이번에 휴대폰 액정이 부서지는 바람에 신형 휴대폰으로 바꾸려다가, 너무 비싸서 못 샀어요. 100만원대가 넘어가니까 쉽게 살 수가 없네요."
직장을 다니는 김모(37·여)씨가 한숨을 쉬었다. 구형 아이폰을 쓰고 있는 김씨는 휴대폰 액정이 망가진 김에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20으로 갈아타는 걸 알아봤다. 그러나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금액이 부담되어 금세 접었다. 대신 김씨는 30만원의 수리비를 부담하며 다음을 기약할 예정이다.
휴대폰이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은 김씨뿐만 아니다. 최근 스마트폰 가격은 훌쩍 올라 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5G알뜰폰 요금제를 쓰려면 우선 5G가 지원되는 휴대폰을 사야 한다. 하지만 최근 나온 5G 휴대폰들은 모두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폰들이다. 5G 폰을 사지 않으니 5G 요금제도 쓸 수가 없다.
◇ 100만원 훌쩍 넘는 폰 가격...5G 쓰기 쉽지 않네
5G가 지원되는 휴대폰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10 5G'부터다. 갤럭시S10 5G의 출고가는139만7000원(256GB기준)이다. LG전자의 V50(119만9000원)도 100만원이 넘었다. 당시 통신사 공시지원금을 감안하더라도 100만원 수준의 고가 폰이다.
지금까지 나온 갤럭시 시리즈 중 5G 단말기로 가격이 가장 낮은 모델은 갤럭시A90 5G로 89만9800원이었다. 9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인데다가 보급형인 A시리즈여서 가격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왔다.
올해 상반기에 나온 갤럭시S20 5G의 출고가는 124만8500원이었다. 갤럭시S20+는 135만3000원이었으며 울트라는 무려 159만5000원이다. 폰 가격이 점점 올라가면서 이미 5G는 비싼 폰값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만 쓴다는 인식이 생겼다.
정부가 5G를 보급하기로 해놓고 사실상 5G 단말에 대한 가격장벽이 여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100만원이 훌쩍 넘는 5G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 있는 사람이면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쓸 유인이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5G 알뜰폰을 쓰려면 비싼 5G 단말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아직도 5G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LTE 유심이 여전히 인기다. 알뜰폰 유심을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는 5G 유심보다도 LTE 유심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이 LTE 폰을 쓰고 있고, 5G 가입자는 아직도 상당히 적은 수이기 때문이다.
◇ 5월 중저가 스마트폰 확대되나...알뜰폰 이미지 제고도 필요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50~60만원대의 5G 중저가 스마트폰이 나오면 알뜰폰 가입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지난 9일 오전 글로벌 뉴스룸을 통해 5G를 지원하는 갤럭시A51과 갤럭시A71의 스펙을 공개했다. 가격대는 50~60만원대이며 5월중 출시가 예상된다.
갤럭시A51은 6.5인치, A71은 6.7인치이며 슈퍼 아몰레드 인피니티오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쿼드 카메라(4개)로 A71의 경우 6400만 화소, A51은 48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가 장착됐다. 1200만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했고, 500만 화소의 접사(매크로) 카메라와 심도(뎁스) 카메라가 장착된다.
LG전자도 80만원대의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이 스마트폰은 'G9씽큐'로 불릴 예정이었으나 올해부터는 G시리즈를 폐기함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을 예정이다. LG전자는 이 스마트폰 가격을 80만원대로 낮추며 매스 프리미엄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애플도 4년만에 5G를 지원하는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를 내놓는다. 2016년 출시됐던 아이폰SE의 후속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아이폰SE 가격을 64GB 기준 399달러(한화 약 49만원)로 전망했다. 256GB는 499달러(한화 약 61만원)로 예상됨에 따라 40~60만원대가 유력하다.
이같이 40~50만원대 스마트폰이 늘면서 5G 사용자가 보편화되면 앞으로 알뜰폰 요금제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앞서 나온 갤럭시S10 5G도 신형 모델인 갤럭시S20 출시 이후 출고가가 떨어지고 판매장려금 지원이 늘면서 사실상 '공짜폰'으로 풀렸다. 코로나 여파가 불어닥친 지난달 중순 통신3사는 갤럭시S10 5G 256GB를 일제히 99만800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여기에 통신사마다 지원금을 40만원대로 올리면서 혜택을 늘렸다. 번호이동과 가입유지 조건을 충족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갤럭시S10으로 쏟아진 소비자들의 관심이 앞으로 5G 이용자 확대에 군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5G 지원 단말이 저렴한 가격에 구입 가능하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더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으로 5G알뜰폰이 더 활성화되려면 알뜰폰 업계의 적극성도 필요하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알릴 필요가 있다. 현재는 고객이 홈페이지에 직접 가지 않으면 알뜰폰 요금제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 우체국, 편의점뿐 아니라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알뜰폰을 접하게 하는 정책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 알뜰폰은 따로 유심을 사야 하고 사기에 번거롭고, 세컨드폰이 아니면 쓸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있다. 알뜰폰이 얼마든지 메인 폰으로 쓸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단말기만 구입하는 자급제폰 고객의 경우 알뜰폰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급제폰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할 필요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5월 5G를 지원하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나오면 5G가 좀더 보급될 것"이라며 "5G 알뜰폰을 선택하는 고객의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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