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아니면 이름바꾸기?

장애등급제, 폐지? 아니면 이름바꾸기?

복지부 “아직 제도 전환 미완료… 혜택 확대될 것”

기사승인 2020-04-21 03: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이미 폐지된 ‘장애등급제’를 두고 장애단체와 보건복지부가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1989년 도입된 장애등급제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를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신장앙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 등 15종으로 분류하고, 중증 정도에 따라 1급~6급의 급수를 매겨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장애등급제는 장애인 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장애 종류와 중증도가 모두 다른 장애인들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분류했기 때문. 특히 활동지원 신청 자격을 1~3급의 중증 장애인으로 제한한 것이 가장 문제가 됐다. 지난 2014년에는 활동지원 신청 자격이 없던 장애인이 혼자 집에 머물던 중 발생한 화재에 신속히 대피하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를 본격화했고, 지난해 7월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후 종합조사제가 대체제로 도입됐다. 종합조사제는 기존 1~3등급 장애인은 ‘중증’, 4~4등급 장애인은 ‘경증’으로 분류했다. 활동지원 신청 대상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됐다. 활동지원급여 구간은 15단계로 세분화 됐다. 장애인의 인지행동·일상생활동작·가구특성·사회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점수가 높은 순으로 지원 폭이 큰 1구간에 배정되는 체계다.

문제는 종합조사제 1구간에 속하는 장애인이 극소수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 제3차 회의 자료에 따르면,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 장애인의 85.43%가 12구간~15구간에 속했다. 반면 2구간에 해당하는 비율은 0.07%, 1구간은 0%였다. 1구간의 기준 점수는 465점 이상으로, 활동지원시간은 월 480시간이다. 15구간은 45점 이상~75점 미만으로, 활동지원시간은 월 60시간이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이름만 달라졌다며 분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준기 활동가는 “1구간부터 11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의 비율은 15%가 채 되지 않아 총 11개 구간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장애등급’에서 ‘종합조사’로 말만 바꾼다고 해서 장애인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자립뿐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다”며 “인간의 자립과 생존을 점수와 등급으로 치환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관계자는 종합조사제 도입 효과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등급제가 폐지된 이후 현재까지 종합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등급제 시행 당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 중이던 인원 중 25%가량 종합조사제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 대상의 갱신이 3년 단위로 이뤄지므로, 향후 서비스 이용 대상에 대한 전수조사가 완료된다면 1~11구간에 속하는 인원의 비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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