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자외선이 강해지는 여름을 앞두고 최근 뷰티업계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자외선 차단제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미국 하와이 주 등 해외에서는 특정 화학물질을 함유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까지 금지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뷰티업계에서는 ‘친환경 자외선 차단제’가 대세다.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 오 떼르말 아벤느(아벤느)는 제품에 비수용성 형태의 자외선 차단 성분을 사용했다. 비건 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Aromatica)는 실리콘프리 논나노 무기 자외선 차단제 ‘알로에 미네랄 선스크린(SPF50/PA++++)을 공개했으며, 비건 코스메틱 비브(Be:ve)는 도시 피부를 위한 안티폴루션 선케어 ‘모이스트 카밍 릴리프 선’(SPF 50+/PA++++)을 출시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일컫는 말=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 Z세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문화가 짙어지고 있다”며 “소비 트렌드에 맞춰 업계도 제품 개발 방향을 환경쪽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제품의 공통점은 프리 옥시벤존(Oxybenzone), 옥티노세이트(Octinoxate)라는 점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유기자외선차단제(유기자차)와 무기자외선차단제(무기자차)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유기자차에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헤레티쿠스 환경연구소는 “자외선 차단제가 하와이 해양 생태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어린 산호초에 스며들어 백화현상(산호초 조직이 하얗게 변하면서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해성이 보고되자 하와이는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가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했다. CNN 등 미국 현지 매체는 2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가 산호초와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유해 화학성분이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지난 2018년 5월 보도했다. 해변에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한 법안은 미국에서 하와이 주가 처음이다. 이는 오는 2021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유기자차 사용 금지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산호초 군락으로 유명한 팔라우에서는 이미 올해 3월부터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 옥토크릴렌, 트리클로산, 메탈파라벤, 부틸 파라벤, 벤질파라벤, 페녹시 에탄올, 4-메틸벤질리덴캠퍼 등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멕시코 스칼렛과 셀하 등의 생태보호구역에서도 관련 규제를 논의 중이다.
유기자차의 특정 성분이 유해하다는 문제는 국내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10월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기자외선차단제에는 문제가 되는‘아보벤존’과 ‘옥시벤존’물질이 주로 들어 있다. 결과적으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수영장에 들어가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식약처는 이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환경 시민단체는 국내에서도 관련법 논의가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하와이와 팔라우 등 해외에서는 관련 이슈가 큰 반향을 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이슈가 많아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해왔다”며 “3면이 바다인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홍구 활동가는 “법적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화장품 업계를 선도하는 대기업들의 솔선수범도 분위기를 전환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옥시벤존 등 생태계에 유해한 물질은 함유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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